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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재고현금화팀' 운영 "혼자 재고 물건 팔든지, 퇴사해라"

등록 2016-05-04 08:23:34   최종수정 2016-12-28 17: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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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패션·유통기업 이랜드가 퇴사를 유도하는 전담팀을 운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랜드 일부 전·현직 직원은 회사 측이 '찍힌'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하고 퇴사를 유도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 측은 "재고 소진에 주력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4일 이랜드와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이랜드 패션BG(Business group)는 올 1월부터 '재고현금화팀'을 만들어 직원 60여 명을 인사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이랜드는 7개 사업부에 10~20%의 인원 할당량을 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에 배치된 직원은 대체로 2~8년 차 주임·대리 직급이었으며, 사내에서 조직이 통폐합하면서 자리가 없어진 직원이나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이 다수 포함됐다.

 K 사업부의 사례를 보면 10명이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이 났다. 대부분 상사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성과가 낮은 직원들이 대상이었다고 한다. A씨는 상사와 좋지 않은 일은 겪은 뒤 이곳으로 발령이 나 3개월 동안 일해야 했고, B씨는 평소 소극적인 성격이라는 이유로 이 팀에 왔다 퇴사했다. 23년 차 과장급 직원 C씨는 이 팀에 발령이 나자 병가를 제출하고 업무에서 물러난 상태다.

 A씨에 따르면 재고현금화팀을 맡은 중간관리자 김모 씨는 "평가 기준에 따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아웃'이다"며 "나가서 재고를 팔든지 퇴사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회사는 이들의 희망퇴직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재고현금화 팀으로 발령이 난 A 사업부 직원 열 명 중 한 명은 발령이 나자 바로 사표를 제출했고, 한 명은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 그만뒀다. 한 명은 해외사업부로 옮겼고, 다섯 명은 3월까지 진행한 '1차 운영' 이후 원래 부서로 복직했다. 이랜드는 4월부터 1차 운영에서 남은 직원 두 명과 새로운 직원들로 '2차 운영'에 들어갔다.

 A씨는 "재고현금화팀에 있을 때 상당히 괴로웠다"며 "퇴사하든지 재고현금화 업무를 수행하든지 선택하라는 식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재고현금화팀에서 버티더라도 회사를 그만두게 하려고 인천 거주 직원을 용인으로 출퇴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자연스러운 퇴출 프로그램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면서 "짚어볼 점은 어떤 기준으로 직원들을 해당 팀에 발령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류 업계 관계자는 "보통 재고가 남으면 아웃렛 등을 통해 소진한다"며 "재고를 소진하는 전담팀을 만드는 것이 업계에서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절대로 퇴사를 종용한 것이 아니다"며 "일부 직원은 회사 정책에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회사를 비롯한 모든 유통업체가 재고를 없애는 데 주력하는 상황에서 내보낼 사람을 거기에 왜 보내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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