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나 감독과 함께하면서 내 한계 깨졌다"
영화 '곡성'은 그의 첫 주연작이다. '곡성'은 최근 몇 년간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강력하게 관객을 몰아치는 작품이다. 곽도원이 연기한 종구는 미쳐가는 딸을 살리려는 아버지이면서 도저히 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를 대면하는 남자다. 결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다. 특히 종구는 러닝타임 157분 중 140여분에 등장한다. 곽도원은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뛰어난 조연배우로 평가받는다. 2012년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시작으로 '변호인'(2013) '타짜-신의 손'(2014) 등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장면만큼은 같이 호흡한 최민식, 송강호 못지않게 빛나는 연기를 했다. 하지만 주연배우로는 아니다. 주연을 맡아본 적이 없다.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제가 열심히는 해요. 그건 정말 자부해요.(웃음)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할 때는 한계를 느꼈어요.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현장이었어요." 이해할 수 없는 살인사건을 처음 맞닥뜨린 종구의 감정은 어땠을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가면서 종구는 공포를 느끼고, 딸 효진이 희생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는 분노한다. 딸의 희생을 막기 위해 뛰어다닐 때 그는 폭주한 기관차 같다. "감정이라는 게 숫자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땐 정말 '멘붕'이었어요. 제가 얼마큼 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하도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을 하니까요. 나홍진 감독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한 장면을 여러 가지의 감정의 버전으로 찍어야 했어요." 최선을 다하는 곽도원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홍진은 찍고 또 찍었다.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집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사흘 분량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일주일간 촬영했다. '무명'(천우희)과의 골목길 장면은 사흘 분량이던 걸 닷새를 밤을 새워가며 찍었다. 종구가 친구들과 개울가를 건너는 단 몇 초의 장면을 위해 곽도원은 종일 개울가를 뛰어다녔다. 곽도원은 "몸은 힘들었지만, 머리는 맑아지는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나 감독과 함께하면서 제 한계가 깨지는 느낌이었다"며 "더는 올라갈 데가 없는 것 같은데 그것이 또 깨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머리가 맑았다"고 덧붙였다. "전 치열한 게 좋아요. 제가 무명 생활이 꽤 길었잖아요."(웃음) 곽도원은 그러면서 "해내야 했다. 배우는 결과로 평가받는 직업"이라고 했다. "칸이요? '깐느박' '칸의 여왕' 이런 말이 있잖아요. 전 그런 거 알지도 못했어요. 제 꿈에 칸은 있지도 않았다니까요.(웃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전 영화판에 들어오면서 이왕 하는 거 조연상이나 한번 받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받았잖아요. 그리고 주연도 맡았잖아요. 12일('곡성' 개봉일)이면 제 모든 꿈은 완성돼요." "새로운 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하던 곽도원은 다시 연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잘해야 해요. 찰나의 선택, 찰나의 결정이거든요. 관객은 딱 보면 알아요. 진짜 열심히 해야 돼요. 비슷비슷하게만 하면 저라도 절대 다시 안 봐요." 곽도원은 관객이 영화관에 앉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놨다. 영화 볼 날짜를 정하고, 무슨 영화 볼지를 정하고, 영화 시간을 정하고, 몇 시에 만날지 정하고, 만나지 전에 차를 마실지 밥을 먹을지 정하고, 영화 끝나고 뭐할지를 정하기까지…, 따지고 보니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거 봐요. 대충할 수 없잖아요. 하하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