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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맨부커상' 수상 , '문학 한류' 희망되나

등록 2016-05-17 07:08:40   최종수정 2016-12-28 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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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한강(46)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이후 '문학 한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했다. 2002년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명칭이 맨부커상으로 확정됐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국 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어지는 이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비(非)영연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어진다. 영화로 따지면 아카데미상의 외국어 작품상 격이다.

 2005년부터 시작돼 역사는 길지 않지만 권위를 자랑한다. 캐나다 출신 작가 앨리스 먼로(2009),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2011) 등 거장 소설가들이 수상해왔다. 한 작가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출판사 창비가 2007년 펴낸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 3편을 묶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3편이다. 과거 자신의 다리를 문 개가 잔인하게 잡아먹힌 것을 본 뒤 악몽이 시달리던 주인공 '영혜'가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들이 참다 못해 그녀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손목을 긋는 등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영혜는 식물과의 동화를 꿈꾼다. 육식은 폭력적인 세상을 연유한다. 영혜는 폭압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외국 언론은 기괴한 내용을 시작인 언어로 풀어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내용과 형식의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조합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한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다. 장편마저 시의 문장으로 풀어내며 주목 받아왔다. 

 그녀의 아버지인 작가 한승원(77)은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공도 크다. 그녀는 한 작가와 함께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국어를 배운 지 약 7년에 불과한 그녀는 한 작가의 세심한 언어의 결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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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는 사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직후 '채식주의자' 판매가 20배 가량 뛰었다고 하지만 언론이나 문학계의 뜨거운 관심에 비하면 온도차가 있다.

 개를 잔인하게 때리는 등 해외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주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기괴하면서도 아름답다"며 문학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부분도 분명 크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심사위원회를 이끈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톤킨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했다.

 이미 영국과 미국 포함 20개국 이상에 수출됐다. 이번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한류 문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세계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가 주목 받고 있다. 구병모의 청소년 도서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현지 유력 주간 '디 차이트'가 선정한 '2015 범죄소설 톱10'에 올랐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 출간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다. 이 책은 지금까지 30여개국에 저작권이 팔렸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노력에 힘 입어 세계 수십개국에 한국 문학이 소개됐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등이 주목 받았다. 김영하,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도 해외에서 관심을 받는 작가들이다.

 '문학 한류'가 표절, 문단 권력 등으로 인해 한동한 침체했던 국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거라는 기대감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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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의 구세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있지만 내수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반갑다는 목소리가 높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뒤 클래식음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예다.

 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공통적인 원인으로 독서 매체 환경의 변화, 경기 침체의 흐름 속에서 전반적인 독서율의 하락(2년 전 대비 –8.5%), 도서구입비 지출의 감소(전년 대비 –8.4%)에서 찾았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뒤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서 보듯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올해 초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교양 '뉴요커'가 문학에 관심이 없는 풍토에서 노벨문학상에 매달리는 한국의 상황을 꼬집는 등 상에만 매달리는 '성과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강하다.  

 뉴요커는 2005년 영국 조사에서 한국이 상위 선진국 30개국 중 국민 한 명당 독서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가장 적다는 결과도 적었다.

 한국이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지만 노벨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 하나가 전부라면서 이 때문에 노벨문학상에 대한 바람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에 시인 고은이 거명되고 있지만 뼈저린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정작 고은의 시는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학계 관계자는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건 분명히 반가운 사실"이라면서도 "이럴 때만 문학이 주목 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문학계 터전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번에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을 문단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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