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첫 유럽 원정, '진짜 시험대' 섰다

등록 2016-05-23 11:36:26   최종수정 2016-12-28 17: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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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슈틸리케호가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1일(한국시간)과 5일 스페인과 체코를 차례로 상대한다.

 한국이 유럽 원정길에 오르는 것은 2014년 9월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래 처음이다. 아시아권의 약체를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슈틸리케호가 유럽의 강팀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동유럽의 강호’ 체코, 앞선 상대들과 다르다

 슈틸리케호의 2015년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1년 간 20경기를 치러 16승을 거뒀고 3차례 무승부를 기록했다. 1월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당한 1-2 패배가 유일한 실패였다. 16승은 한 시즌 다승 2위에 해당한다. 역대 1위인 18승(1975년·1978년)이 지금의 A매치와는 분위기가 다른 1970년대 일궈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행보였다.

 세부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경이롭다. 20경기에서 경기당 두 골을 상회하는 44골을 넣었고 4골(실점률 0.2골) 만을 내줬다.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소속 209개국 중 한국보다 낮은 실점률을 기록한 팀은 없다. 잔뜩 취하기에 부족함 없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뭔가 찜찜한 부분을 지우기는 어렵다. 상대했던 팀들의 면면이 꽤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약팀들을 상대로 쉽게 승리를 쌓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시안컵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럽 원정은 슈틸리케호의 현 위치를 보다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무대라는 평가다.

 먼저 상대할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에 올라있는 강호다. 2010 남아공월드컵 챔피언이자 최근 두 대회 연속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이들이 보여준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을 칭한다)는 지난 수년 간 세계 축구계의 트렌드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스페인은 지난해 9차례 A매치에서 8승1패의 호성적을 내며 빠르게 분위기를 회복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스페인을 이긴 기억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모든 연령대를 포함한 역대 전적에서 4무8패로 절대 열세다.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16) 준비를 위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스페인은 최정예 멤버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평가전 사흘 전에 열려 결승에 오른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 선수들이 결장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무적함대 다운 스쿼드를 자랑한다. FC바르셀로나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 세르히오 부스케츠(28)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2),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알바로 모라타(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소속의 세스크 파브레가스(29)와 페드로 로드리게스(29) 등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만한 선수들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나무 아닌 숲을 본다

 두 번째로 상대한 체코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FIFA랭킹 29위로 한국(54위)보다 25계단이나 높다. 체코전을 논할 때면 반드시 거론되는 경기가 있다. 2001년 광복절에 열린 원정 평가전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준비차 체코로 떠났던 한국은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끝에 0-5로 완패했다. 거스 히딩크(72) 감독의 경질설까지 불러왔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경기였다. 만일 그때 대한축구협회가 여론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성급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체코 또한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유로 2016 본선에 올라있어 골키퍼 페트르 체흐(34·아스날) 등의 베스트 멤버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나름 최상의 엔트리를 구성했다. 올림픽 대표팀 차출설이 불거졌던 손흥민(24·토트넘)은 물론 군사 훈련 일정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기성용(27·스완지 시티)도 일정을 어렵게 미룬 채 2연전에 임한다. 유럽 평가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대비다. 하지만 우리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하고 드러난 단점을 보완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성용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는 아시아 팀들을 이겼다고 좋아하는 수준은 넘어야 한다. 유럽이나 남미 등 강팀과의 대결에서 대등하게 싸워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동생’ 신태용호도 출격

 비슷한 시기에 ‘동생팀’ 신태용호도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는 8월 개막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두 대회 연속 메달 사냥을 노리는 U-23 축구대표팀은 국내에서 나이지리아(6월2일)와 온두라스(6월4일), 덴마크(6월6일)를 차례로 만난다. 세 팀 모두 본선 진출국으로 본선 스파링 파트너로는 안성맞춤이다. 나이지리아는 늘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고 온두라스는 ‘가상의 멕시코’로 분류된다. 전력의 차이는 있지만 덴마크는 독일과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 사실상 본선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실전 무대인만큼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한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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