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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부작용…'조현병=범죄자' 인식 확산 우려

등록 2016-05-23 15:45:55   최종수정 2016-12-28 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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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무조건 흉악범죄 저지른다' 식의 불안감은 편견일 뿐  초기치료 받으면 정상 생활도 가능…오히려 일반인보다 훨씬 착하고 심약하기도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경찰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해 계획성 없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자 조현병 환자들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심지어 '잠정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 조현병 환자가 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수치가 나온 가운데 '조현병 환자=범죄자'라는 등식이 확산되면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계와 범죄심리전문가들은 그 같은 인식이 오해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때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구속)씨의 경우 청소년시절부터 정신분열증을 앓기 시작했지만 외아들로서 성장과정에서 부모와 거의 대화가 없는 등 단절된 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다.

 김씨는 2008년 조현병 진단을 받고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올 1월초까지 6차례에 걸쳐 19개월가량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최근 4개월 정도 집을 나오면서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자의적으로 약도 복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씨가 만약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강력 범죄의 피의자로 전락하지 않음은 물론 정상적인 생활도 가능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현병도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호전 반응도 더디고 일상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치료기간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길다. 일반적으로 첫 발병 후 적어도 2년간의 유지치료가 권장된다. 두 번 이상 재발한 경우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간 유지치료가 요구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대략 환자의 3분의 1은 거의 일상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의 경우에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적절하게 하면 사회생활이나 학업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신질환하면 치료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편견이다. 만성만 되지 않으면 치료 가능성도 있고 효과도 좋다"며 "지금은 새로운 약들이 워낙 많아 조기에만 치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만성환자들은 오히려 대단히 착하다. 사회에 나가서 생활할 때 굉장히 심약한 분들이 더 많다"면서 "하지만 치료를 적절히 받지 않으면 본인뿐만 아닌 사회의 안전을 흔드는 경우도 많다"고 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정신분열병의 놀라운 치료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며 "약물을 먹으면 환청이나 망상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만약에 (김씨가) 발병 진단을 받았던 2008년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의 보호에 의해서 약물을 계속 복용을 했다면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적으로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시킬 수 있는 제도는 없을지 그런 고민을 앞으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이 다 위험하다는 게 절대 아니다. 정신분열병에 기인한 묻지마 범죄는 극소수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요즘 분위기를 체감할 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범죄자로 편입되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있다. 앞으로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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