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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맨부커상 한강 "빨리 내 방에 숨어 글 쓰고 싶다"

등록 2016-05-24 13:36:22   최종수정 2016-12-28 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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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2007·창비)로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셜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받은 작가 한강(46)이 수상 후 처음으로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11년 전에 내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으로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이제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맨부커상 5인 심사위원회의 보이드 턴킨 위원장(인디펜던트지 문학 선임기자)는 '채식주의자'를  "잔혹한 공포 또는 멜로 드라마를 넘나드는 기괴한 스토리이며, 매우 강렬한 알레고리로 가득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재치와 절제가 이뤄진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또 "이토록 치밀하고 매우 아름다우며 충격적인 이 작품은 독자들의 가슴 속, 그리고 심지어 꿈 속에서 오래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통해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디고 껴안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내게 언제나 숙제처럼 있는 건 이 세상 어딘가에, 가까이 또는 멀리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가 편하고 평화롭게 산다고 해서 우리 삶이 그렇게 평화로워질 수는 없고 고통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맨부커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던 때를 떠올리며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편한 맘으로 갔다"며 "신작 '흰'이 내년 가을 영국에서 출간되기 때문에 현지 편집자와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영국에 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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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는 수상 당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8)와는 달리 담담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스미스를 달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와관련 "이 책을 쓴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채식주의자'를) 사랑해주는 게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 작가는 또 "당시에는 시차 문제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맨부커상 수상에 공을 세운 영국의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에 대해서는 "맘이 통했고, 신뢰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소설에서는 톤이 중요하다. 목소리의 질감 같은 것이다. 데버러는 ('채식주의자') 1장에서 '영혜'가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의 내 감정을, 그 톤을 정확하게 옮겼다. 데버러의 번역은 ('채식주의자'의) 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번역이었다"고 평했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수상 당일이 소설은 1분에 10권씩 팔렸고, 선주문만 25만부를 기록했다.

 한강 작가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다"며 "묵묵히, 조용히,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는 분들이 많고 훌륭한 작품이 너무나 많다. 바라건대 (다른 소설들도) 읽어주면 좋겟다"고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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