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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후폭풍'①]은행, 예금 금리 내리고 수수료 올리고…소비자에 부담 떠넘기나

등록 2016-06-12 06:58:38   최종수정 2016-12-28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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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기준금리 내리자마자 예적금 금리 낮춰 지난달부터 수수료도 줄줄이 인상 수익성 악화 소비자에게만 부담 떠넘기나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 1.25%로 내려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가뜩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로선 엎친데 덮친 격이다.

 부실 여신에 쌓아야 하는 대손 충담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더욱 줄어드는 게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수신(예적금) 금리는 즉각 내리고, 각종 수수료는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1분기 국내 은행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치인 1.55%로 집계됐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등이 자산을 운용해서 벌어들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이처럼 줄어들고 있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예대마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의 원화 예대금리 차는 1.97%포인트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0.21%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저치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각각 처음으로 1%대, 3%대에 진입했다.

 올해 1분기 예대마진은 1.95%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자 은행권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발목이 잡힌 가운데 주수익원인 이자 이익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커져서다. 예대마진은 전체 이익의 85%가량을 차지한다.

 수익 올리기에 비상이 걸린 은행권은 당장 수신 금리는 내리고, 수수료를 올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자동화기기(ATM) 및 송금 수수료의 경우 KB국민, 신한,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은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면제 혜택을 없앴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수수료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의 경우 수신 금리를 먼저 내리고 대출 금리는 시장의 상황을 지켜본 뒤 시간차를 두고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금리는 각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정하지만, 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 등에 연동이 된다"며 "코픽스 금리가 보통 보름에서 한 달 간격을 두고 조정이 되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하 시점은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순이자마진은 다시 줄어든다"며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건전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수료 등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모두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충격 흡수 여력이 충분한데도 금리 인하에 따른 손해를 소비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에 은행권이 수수료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지난해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은 7조451억원으로, 2012년 이후 3년 만에 7조원대를 넘어섰다.

 또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3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00억원 늘었다.

 이런 가운데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 수준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로 인한 은행권 이자이익 감소 규모는 1389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상장은행 이자이익 대비 0.4%, 순이익 대비 1.7%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3월 및 6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높은 대출성장에 따른 자산효과로 은행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은 오히려 지난해 2분기부터 증가 전환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금융회사들이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에 따라 수신 금리는 곧장 낮추면서도 대출 금리 인하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빌미로 수익을 올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의 해결방안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수수료 등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은행도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우선적으로 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 부채가 불어나는 부작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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