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대호·김현수, 실력으로 이뤄낸 ‘반전’

등록 2016-07-04 10:44:30   최종수정 2016-12-28 17: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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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놀라운 적응력을 과시하며 실력으로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을 때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진입에도 물음표가 달렸던 이대호는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선보여 어느새 주전급의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인 김현수는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권유를 거절한 후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았고, 시즌 초반에는 출전 기회도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마다 눈도장을 찍은 김현수는 이제 볼티모어의 타선의 한 자리를 꿰찼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현지 언론들은 평가를 뒤집고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당초 예상은 ‘마이너리그급’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인 선수 가운데 이대호는 계약이 가장 늦었다. 해를 넘기면서 이대호의 메이저리그행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적지 않은 나이와 수비 능력이 걸림돌로 분석됐다.

 이대호는 올해 2월 초에야 옵션 포함 최대 400만 달러(약 46억원)에 시애틀과 계약했다. 그것도 마이너리그 계약이었고, 스프링캠프에는 초청 선수로 합류했다. 한국 프로야구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던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열망 하나만 안고 미국으로 떠났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 때문에 전 소속팀이었던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3년간 18억엔(한화 약 200억원) ‘러브콜’도 과감하게 거절했다.

 시범경기에서 0.264(53타수 14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백업 1루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빅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이대호는 철저히 애덤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로만 기용됐다. 이대호가 적은 기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해도, 린드의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이대호는 개막 이후 한 달 넘게 철저히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았다.

 2년간 700만 달러(약 81억원)에 볼티모어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난 김현수는 볼티모어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댄 듀켓 볼티모어 부사장은 김현수를 향해 “엘리트 타자”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이후 볼티모어 구단의 분위기는 변했다.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탓이다. 시범경기 17경기에서 김현수의 성적은 타율 0.178(45타수 8안타) 2타점에 불과했다. 출루율도 0.224로 형편없었다.

 이에 볼티모어 구단과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권유했다. 계약 조항에 포함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내세운 김현수는 현지 언론의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홈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까지 받았다. 어렵게 빅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느새 주전급 된 이대호

 4~5월 이대호는 대부분의 경기를 대타로 나섰다. 철저히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았다. 오른손 투수가 선발 등판하면 이대호는 어김없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연타석 홈런을 친 다음 날에도 우완 투수가 선발투수로 예고되면 이대호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오른손 투수가 더 많으니 이대호의 출전 기회는 적게 주어질 수밖에 없었다. 4~5월 33경기에만 나섰고, 이 중 선발 출전한 경기는 18경기뿐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4~5월에 나선 33경기에서 타율 0.267 7홈런 16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5월까지 장타율은 0.547, OPS(출루율+장타율)도 0.859로 준수했다. 무엇보다 ‘한 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이대호를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 정도로 여겼던 현지 언론들은 태도를 바꿨다. 이대호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시애틀이 지구 1위로 올라서려면 이대호의 기용을 늘려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6월 들어 이대호의 선발 출전 기회는 확 늘어났다. 6월1일부터 29일까지 21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이 중 16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시애틀의 일본인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가 부진 탓에 마이너리그로 가면서 이대호의 출전 기회는 한층 많아지고 있다. 시애틀은 아오키가 마이너리그로 가면서 투수를 불러 올렸고, 우익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오가던 넬슨 크루스가 우익수로 출전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지명타자 자리가 비면서 이대호의 출전 기회가 더 늘어난 것. 이대호는 6월 1~29일 치른 22경기에서도 타율 0.314 3홈런 14타점으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시애틀의 스캇 서비스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적은 기회를 살려낸 김현수
 
 김현수는 이대호보다 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4월 한 달 동안 4번의 선발 출전을 포함해 6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5월에도 12경기에서만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4월에 나선 6경기에서 김현수는 타율 0.600(15타수 9안타) 출루율 0.647, 장타율 0.667을 기록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5월 두 달 동안 김현수가 남긴 성적은 타율 0.360 1홈런 3타점이었다. 출루율 0.448에 장타율도 0.480으로 나쁘지 않았다. OPS가 무려 0.928에 달했다.

 5월 초만 해도 김현수의 기량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던 쇼월터 감독도 결국 김현수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의 경쟁자였던 조이 리카드도 기대만큼의 출루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터다. 점점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김현수는 6월 1~29일 19경기에 출전했다. 이 중 16경기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위 타순에 주로 배치되던 김현수는 출루 능력을 인정받아 종종 2번 타자로도 출전하고 있다. 보다 안정적으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 시작한 김현수는 6월 1~29일 타율 0.324 1홈런 6타점 출루율 0.418, OPS 0.859로 활약하며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김현수를 바라보는 현지 언론의 시선에는 변화가 생겼다. 6월 초 볼티모어 지역 언론 ‘MASN’은 한 스카우트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작성한 김현수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찢어버렸다고 전하면서 “더 이상 김현수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스카우트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의 평가와 구단의 기대를 실력으로 뒤엎은 이대호와 김현수에게 이제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무대는 ‘시작’에 불과하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어렵게 잡은 빅리그 한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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