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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 · 노동당, 브렉시트 후 '시계제로'

등록 2016-07-02 08:00:00   최종수정 2016-12-28 17: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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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영국의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 30일 돌연 차기 총리 경선 불출마를 발표한 뒤 연단을 떠나기 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반대했으나 뜻을 바꿔 브렉시트 캠페인의 최대 엔진 역할을 톡톡이 하며 국민투표 승리에 기여했다. 2016. 6. 30.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지난 6월23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된 뒤 영국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집권 보수당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오는 9월 새 선출되는 새 당수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고 퇴임하면서 당권과 총리직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1야당 노동당 역시 지난 6월28일 제러미 코빈 당수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한 이후 극심한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당…'나가라'는 당원과 '못 나간다'는 당수

 노동당은 지난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 찬성이 과반수를 차지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코빈 당수를 상대로 불신임 동의를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투표에선 찬성 172, 반대 40으로 코빈 대표의 퇴진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에 노동당은 당시 이메일을 통한 발표문에서 "오늘 투표 결과에 따라 노동당 의원단은 당수로서 코빈 대표를 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빈 당수의 불신임안 투표는 그의 미온적 대응으로 노동당 지지층의 브렉시트 찬성 행렬이 이어졌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앞서, 사흘간 50명 넘는 노동당 소속 의원이 예비내각과 당직에서 줄줄이 물러나면서 구체화됐다. 코빈 당수가 지난 6월26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관련 자신을 비난한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담당을 해임한 이후 곧바로 예비내각 동료 의원 7명의 무더기 자진 사임이 이어진 것.이후 36시간 동안 노동당 내에서 추가 사퇴가 이어져 예비내각 31명 중 23명이 사퇴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코빈 불신임 이후 앤절라 이글 부당수, 톰 왓슨 의원, 댄 자비스 의원 등이 새로운 당수 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코빈 당수는 불신임 동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고하는데 그치는 점을 들어 계속 유임할 의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27일 자신의 잔류를 원하는 2000명의 젊은 유권자층과 만나 "언론이 우리를 분열케 만들도록 허락하지 말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이글 부당수는 트위터에 "노동당 지지자들의 브렉시트 찬성투표는 코빈 지도부의 책임"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내분을 드러냈다.  

◇보수당…영원한 '동지'는 없다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기는 집권 보수당도 마찬가지이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다음날인 24일 영국사회 분열과 EU 잔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5년 총선 전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워 보수당의 승리를 이뤄냈지만, 영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세계무대에서 영국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EU 탈퇴로 위기를 자초했다.

 보수당 지도부는 캐머런에 이은 후임 총리 지명을 9월2일까지 마무리할 방침을 세웠으나 보수당 집행위원회가 노동당 대표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던 지난 28일 일정을 오는 9월9일로 1주일 연기했다.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집행위와 1922 위원회가 지도부 선거를 당 대표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제 고려할 사항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가급적 조속히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보수당 집행위의 9월9일 당수 선거안이 1922 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대로 29일 당 회의 후 곧바로 후보 추천 작업이 이뤄질 것이고 차기 대표 후보로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테레사 메이, 존 배론, 니키 모건, 제러미 헌트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차기 영국 총리 경선에서 가장 유력했던 존슨 전 런던 시장이 지난 6월30일 막판에 불출마를 표명하면서 또 한번의 '반전'이 벌어졌다. 반면 존슨과 함께  EU탈퇴 운동을 이끌었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존슨이 필요한 지도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어려운 과제의 팀을 구축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결론" 끝에 자신이 총리 자리에 도전하기로 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과 스티븐 크랩 연금장관은 고브에 앞서 경선 출마를 발표했다. 후임 총리를 선출하는 보수당 투표에는 당원 15만명이 참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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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가 27일(현지시간) 연설을 위해 런던에 있는 의회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코빈 당수는 당내 불신임투표 위기에 처해 있다.  2016.06.28
◇스코틀랜드…'EU 잔류' 안간힘

 스코틀랜드도 영국 EU탈퇴 결정 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자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콜라 스터전은 지난 6월2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EU탈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의원들은 법적인 동의를 해주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터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에딘버러 홀리루드의 스코틀랜드 의사당에서 EU와의 ‘잔류 협상’에서 자신에게 전권을 위임하도록 의원들에게 촉구했고 스터전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재추진도 거론됐다.

 그는 지난달 25일 스코틀랜드만이라도 유럽에 남도록 EU 측과 독자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 EU 탈퇴를 막을 자격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의회가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며 EU 탈퇴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체 영국에서 EU 탈퇴표가 52%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스코틀랜드에서는 잔류 지지가 62%여서 스터전 대표와 SNP는 이 민심으로 내세워 EU 잔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의 이 같은 독자 행보는 자칫 상황을 지켜만 보다 영국 EU 탈퇴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천연가스를 제외하고 스코틀랜드 수출품의 20% 가량은 EU로 가고 있고 스코틀랜드 자체만으로 EU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12번째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노동당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 SNP 득세 전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노동당 표밭이었다. 지난 2014년 분리 독립 주민투표 때 잔류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노동당은 지도부의 무능과 분열 탓에 스코틀랜드 유권자 설득에 애를 먹었다. 에딘버러 출신인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나서서 간신히 표심을 붙잡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현재 노동당의 내분이 극화해 스코틀랜드는 더는 노동당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독자행보가 EU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아일랜드는 스코틀랜드가 유럽에 남는 것을 지지하지만 프랑스, 스페인 등 EU 회원국들은 내부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골치를 앓는 상황에서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되면 분리 독립 움직임이 유럽에 확산할까 우려하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대행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영국 EU 탈퇴 후 EU가 스코틀랜드와 잠재적 EU회원국으로 협상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스터전 대표는 라호이 총리대행의 발언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스코틀랜드에 대해 동정 어린 반응이 있었지만, 이 반대를 과소평가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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