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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총선 결과 여전히 안갯 속…턴불 총리 타격 불가피

등록 2016-07-06 17:00:27   최종수정 2016-12-28 1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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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AP/뉴시스】호주 조기총선이 2일 치러진다. 사진은 집권 보수연정의 말콤 턴불 총리(왼쪽)와 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당수가 지난 5월 29일 캔버라에서 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16.07.01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지난 2일 실시된 호주 연방 총선의 개표가 늦어지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오리무중'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국 혼란이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6일 호주 매체 디오스트레일리안 등 현지 언론들은 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 관계자 말을 인용해 "예측을 불허하는 접전이 이어지면서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1~2주가 더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2일 오전 8시부터 실시된 투표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종료된 뒤 개표가 진행됐다. 호주 선관위는 개표가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하원 의석(150석)의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자 3일 오전 2시를 기해 78%가 진행된 상황에서 개표를 중단했다가 5일 재개했다.

 현지 매체들은 "정치,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라면서 "개표 현장의 특성상 작업진도가 느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우편투표, 부재자 투표 등 선거당일 이전에 실시된 투표의 개표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선거법상 수작업에 의존해 개표하도록 되어 있다. 정치권에서 한때 자동개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데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철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표가 느린 이유에 대해 "선거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들은 우편투표 등 다양한 경로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는데, 투표봉투 안에 담긴 개인의 인적사항 등의 파악, 적격여부 심사 등 등 절차가 많다"며 "거주지를 옮긴 유권자들도 개표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부재자 투표 등의 개표 결과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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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AP/뉴시스】2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호주 총선이 실시됐다.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16.07.02
 호주 공영 ABC방송 집계에 따르면 6일 현재 80% 개표가 진행된 상황이다. 집권당인 자유-국민 연합은 70곳에서, 야당인 노동당은 67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녹색당 1석, 닉제노폰팀(NXT) 1석, 군소정당 등 기타가 3곳에서 당선을 확정했다. 8개 지역구는 아직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부재자, 우편투표의 개표 결과에 따라 향배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말콤 턴불 현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집권 자유-국민 연립당과 빌 쇼튼 당수를 내세운 야당 노동당이 재격돌했다. 호주 연립정부는 지난 2013년 9월 치러진 총선에서 53.5%의 득표율로 46.5%를 얻은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바 있다. 턴불 총리는 자유-국민 연합의 재집권을 자신했지만, 최소 10석 이상의 의석을 상실할 것이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2010년 이후 총선에서 노동당이 처음으로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 연립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갔다. 시드니 남서부 켐벨타운의 맥카서 지역구에서 러셀 메티슨 자유당 의원이 노동당의 마이크 프리랜더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린다 버니 노동당 후보는 시드니 남부 바튼에서 자유당 의원 닉 바바리스를 제치고 호주 첫 원주민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

 시드니 이너 웨스턴의 리드 지역구에서는 크레이그 론디 현 자유당 의원이 캐나다베이 시장을 역임한 안젤로 치레카스 노동당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베네롱의 존 알렉산더 의원(자유당)도 3선에 성공했다. 멜버른의 치스홀름 지역구는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자유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애들레이드 힌드마시 지역구도 자유당 후보가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선거전문가는 ABC방송에서 "자유- 국민 연합이 노동당보다는 의석 수가 많겠지만, 단독집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초박빙 개표 결과로 8석이 미확정인 상태"라며 "현재 개표 추이를 미뤄볼 때, 어느 한 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100%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당분간은 무정부 상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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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호주 총선이 실시됐다. 시드니에 있는 투표소에서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그의 부인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16.07.02
 하원 전체 150석 중 90석을 가진 연립은 14석을 잃어도 재집권이 가능하다. 노동당의 경우 집권을 하려면 현재의 55석을 지키고 21석을 추가해야 한다. 여야 모두 76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소수정부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현재 5석(녹색당 1석 포함)인 군소정당과 무소속의 의석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자유당 연립이 소수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2010년 이후 6년 만에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원의석 구도도 악화되면서 그의 상하원 해산을 통한 조기총선 카드는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유당 안에서 턴불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부터 총리직을 맡고 있는 턴불 총리는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상원에서 2차례 부결된 뒤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상하원 전체 의석을 놓고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은 198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선거 결과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내부 동요도 심각하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자 자유당 소속 의원들은 소수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존 하워드 전 총리가 의원들에게 부진한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 표출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충격과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6일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이번 총선에서 호주 국민은 자유당을 통제하고 상원에서 핵심 법안이 통과되는 데 필요한 권한을 턴불 총리에게 주길 거부했다"며 "호주 국민이 주요 정당 모두에 반발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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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AP/뉴시스】2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호주 총선이 실시됐다.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16.07.02
 이어 "턴불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신념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빠르게 추락했다"며 "비록 자유당 연립이 근소하게 과반 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정국 안정은 어렵다. 자유당 연립 내 보수의원들은 턴불 총리와 그의 당권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양대 정당의 당내 불안정성은 점점 분노하는 유권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양당 체제가 혼란에 빠져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유당 연립과 노동당 모두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되면서 여야 지도부는 소수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섰다. 어느 쪽이든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무소속이나 소수당 당선자의 협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 당일 "개표가 완료되면 자유당 연립의 재집권은 현실이 될 것"이라면서 자유당 연립의 승리를 자신했던 턴불 총리도 무소속과 소수당 당선자들과의 물밑 접촉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턴불 총리는 5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됐다"며 "국민들이 정치와 주요 정당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총리와 자유당 대표로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표출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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