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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의 눈물②]학습지나라의 이상한 계산법 '생색은 내가…부담은 네가'

등록 2016-08-09 10:33:46   최종수정 2016-12-28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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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교원 구몬학습 홈페이지.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학습지 교사는 개인사업자다. 회사와 각각 위탁 계약을 맺고 회원 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와 교사가 위탁계약을 맺을 때 사용하는 '갑'과 '을'이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다. 학습지 교사들이 하는 업무와 근무 형태를 보면 학습지 업체에 상당 부분 종속됐다. 또  홍보비, 패키지 상품 할인 비용 등을 학습지 교사에게 모두 떠넘기는 '이상한 계산법'이 성행하고 있다.

 ◇상시적인 홍보 업무, 교사가 돈내고 한다?

 학습지 교사는 주5일 근무를 원칙으로 일하지만 주중에는 사무실 출근, 주말에는 상시적인 홍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재능교육은 3일, 대교는 2일 이상 반드시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구몬은 주5일을 모두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또 대교는 퇴회 회원 수가 자신이 맡은 과목의 5%를 넘겼을 때 의무적으로 추가 교육을 받도록 하는 '벌칙성 교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은 모두 '무료'다. 사무실로 출근해 필요한 교육을 받고, 회사 지시 사항을 전달받아도 모두 무급으로 처리된다. 학습지 교사들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학습지 교사들이 하는 홍보 활동은 한 달에 3~4회, 주로 토요일에 진행된다. 홍보하는 장소는 아파트 단지, 마트와 그 주변 번화가, 시장 등이다. 이 외에 자신이 맡은 구역(동)에서 벌이는 홍보는 매주 상시적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홍보 활동은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를 돌며 우편함에 전단지를 꽂거나 탁자와 파라솔을 펴고 회원을 모집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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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대교 눈높이 홈페이지.
 교사는 회사의 홍보 활동 지시를 사실상 거절할 수 없다. 대교의 경우 아예 '벌칙성 홍보 업무'가 있다. 이달 실적이 좋지 않은 교사가 다음달 정해진 날에 의무적으로 홍보에 나서 실적을 올리게 하는 것이다.

 학습지 교사들이 홍보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회사 측에서 상당히 압박한다. 회원 유치 실적이 다소 떨어지는 교사가 홍보를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대놓고 "실적도 좋지 않으면서 일도 안하려고 하느냐"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 심하게는 수업을 맡기지 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교의 경우 재계약 심사제도를 빌미로 압박하기도 한다.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주말에 일하는 것이지만 역시 추가수당도 없고, 식대나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는다. 게다가 홍보 활동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교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단지에서 홍보 활동을 하려면 약 5만~10만원을 관리사무소에 내야하는데 이를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나눠서 내는 것이다. 결국 학습지 교사들은 회사 측 압박에 떠밀려 홍보에 나가 개인 돈을 쓰면서 일해야 하는 셈이다.

 ◇회사가 출시한 '할인 제품', 할인금액은 교사가 낸다고?

 '이상한 계산'은 이 뿐만이 아니다. 회사가 할인 상품을 출시할 때도 '할인'한 만큼의 손해는 학습지 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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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웅진씽크빅 홈페이지.
 대교의 경우 과목 두 개를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회원이 할인된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을 때 회사는 원래 금액이 아닌 할인 금액으로 수수료를 적용한다. 할인된 만큼 교사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다. 재능교육도 마찬가지다. 3만5000원짜리 과목 2개를 묶어 5만원에 출시했다고 가정하면 할인금액 2만원을 교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각종 바우처 제도도 마찬가지다. 학습지 회사들은 한부모가정 등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때도 할인되는 금액은 대부분 교사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이에 관해 학습지 회사 측은 '할인 상품이 많이 팔리면 교사 수익도 늘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할인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하는 것이 교사 수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교사들은 회사가 할인 여부를 결정하는 가격 결정권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회사와 교사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분배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할인에 따른 손해를 교사만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학생에게 주는 선물도 사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지 업계에서는 새로 입회하는 회원에게 1만원 내외의 선물을 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보통 학용품이나 작은 책상 등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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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재능교육 홈페이지.
 문제는 이 선물도 학습지 교사가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리자에 따라 학생에게 선물하는 연필 하나까지도 모두 선생님이 구매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 정난숙 지부장은 "대교는 패키지 상품을 많이 출시해 가격을 싸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자와 일본어를 묶거나 국어와 사회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식"이라면서 "그러나 회사는 이렇게 할인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회원들에게 주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에게 줘야하는 기본 수수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교그룹 관계자는 "본사는 각 지점에 운영비를 할당해 사용하도록 한다"며 "마케팅 비용도 거기서 나가게 된다"며 "일부 지점에서 교사들에게 부담시킬 수는 있어도 일반화한 사례는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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