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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터널' 하정우 "내가 느끼는 나를 써보고 싶었다"

등록 2016-08-10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7: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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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장면 하나.

 평범한 회사원 '이정수'는 일주일 가까운 시간 동안 붕괴된 터널 잔해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신세다. 두려움에 지쳐가던 그는 우연히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되는데, 그게 바로 퍼그 강아지 한 마리다. 그리고 이 강아지의 사료도 함께 발견한다. 이정수는 강아지를 앉혀놓고 "난 사람이니까 두 개, 넌 나보다 작으니까 한 개"라고 중얼거리며 강아지와 사료를 나눠먹은 뒤 말한다. "너네는 간을 안 하는구나."

 #. 장면 둘.

 외로움에 지쳐가던 이정수는 주파수가 맞는 라디오 채널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채널을 찾는 데 성공하는데, 바로 클래식 음악 채널이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이정수는 혼잣말을 한다. "클래식이라…음…나쁘지 않아. 마음의 안정도 주고."

 붕괴된 터널 안에 갇혀서도 이렇게 홀로 능청을 떠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 누가 있을까. 그 배우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잘 상상이 안되는 역할이 있다. 영화 '터널'의 이정수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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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수는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다가 갑자기 무너진 터널 잔해에 갇히게 된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물론 일주일 뒤면 반드시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만, 물이 다 떨어지면 소변을 마시라는 구조대장의 말에 "당신은 먹어봤냐"고 묻는 캐릭터는 많지 않다.

 배우 하정우(38)에게 이정수는 맞춤옷 같은 역할이다. 그의 연기가 좋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 '멋진 하루'(2008) '비스티 보이즈'(2008) '러브 픽션'(2012) 등에서 보여줬던 하정우 특유의 너스레를 관객은 특별히 아낀다. 하정우는 '터널'을 포함해 이 작품들에서 맡은 캐릭터에 대해 "평소 나와 비슷한 인물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터널'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다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나를 써보려고 했다. 이런 재난 상황이 내게 닥쳤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지,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정우는 실제로 자신이 이런 재난 상황에 빠져도 정수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삶의 태도가 그렇다. 안 좋은 일이 있고, 깊은 고민에 빠질 때면 술을 마시면서 괴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가서 조깅을 하고, 하루종일 러닝머신 위를 뛴다. 그리고나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 속에 하정우의 애드리브가 많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자유롭게 연기한 건 아니다. 평소 하정우는 정확하게 계산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감정의 진폭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그래프를 그려놓고 그 선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정우 자신을 드러내는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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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 감독님은 제게 마음껏 연기하게 멍석을 깔아줬어요. 의식이 흐름이 아니라, 무의식의 흐름으로 연기했달까요. 하지만 정해 놓은 선은 철저히 지키려고 했어요. 그건 영화 전체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니까요."

 '터널'에서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건 단순히 그가 애드리브 연기를 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이러한 연기가 영화의 공기가 되고,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의식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는 시나리오를 고를 때 캐릭터를 먼저 보지 않아요. 전체적인 이야기가 중요하죠. 이 이야기가 재밌있느냐 없느냐,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해요. 그 이야기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는 그 다음에 고민합니다. 사건은 무겁지만, 그 사건을 무겁지만은 않게 다루는 '터널'의 방식이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잘 맞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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