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굿바이, 갑의 질서Ⅰ-④]유통가·농축수산업계 "新소비 창출에 노력해야죠"

등록 2016-08-25 09:06:41   최종수정 2016-12-28 17:33:1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유통가와 농축수산업계는 다음달 28일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바뀔 시장 환경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저가 추석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고 상품군을 다양화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번 추석은 다음달 18일로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는 이미 김영란법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인 이번 추석을 시험대로 삼아 5만원 미만의 다양한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유통업계 전반은 물론 농축수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축산업계에선 시장개방에 맞서 고급화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해 쏟았던 농어민들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불만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최소한 합리적이고 양보 가능한 수준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업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부정부패가 만연했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명제가 사실상 여론의 공감대를 더 얻고 있다. 김영란법 금품수수 기준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정부·정치권·산업계가 판로를 개척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업계를 보호할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통업계, '김영란법 시대'에 맞는 新소비 창출 위해 발빠른 변화

 김영란법의 시행은 유통업계엔 적잖은 타격이 될 것 확실하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와 유통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국내 주요 유통기업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평균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의 내년 순이익을 1월 전망치보다 16% 하향 조정한 3143억원으로 추정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내년 순이익은 각각 1939억원, 3387억원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에 비해 각각 15%, 8% 감소한 금액이다. KT&G의 순이익도 1조1980억 원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골드만삭스 측은 "법의 적용 대상 범위가 넓어 단기적으로 소매유통 산업에 역풍이 거셀 것"이라면서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투명성이 높아져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김영란법의 좋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농축산 농가들의 피해와 함께 내수경기 침체 중인 업계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변화될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저가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에 김영란법 적용 이전임에도 불구, 이번 추석 선물세트부터 햄, 식용유, 참치 등으로 구성된 5만원 미만의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풀무원, 아워홈 등 대부분의 식품업체가 전체 선물세트의 80% 이상을 5만원 미만으로 구성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5만원 중저가'와 '복합형' 선물세트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F&B 관계자는 "계속된 불황과 함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심리적 영향으로 인해 2만원~4만원대 가공식품 선물세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예년에 비해 실속선물세트의 생산량을 약 10% 늘려 추석시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통업계에선 홍보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 교육'도 한창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7일 계열사 홍보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로펌 변호사의 진행으로 김영란법 교육 및 Q&A를 진행했다. 19일에는 롯데백화점에서도 로펌 변호사를 초청해,본사와 점포 팀장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선 특히 언론사와의 관계에 대한 사례 연구가 주를 이뤘다. 다른 업체들도 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교육자료 등을 공람하기도 하고 별도의 내부적으로 지침을 정하는 등 김영란법 준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associate_pic
 식사금액이 3만원 이하로 정해지면 전체적으로 3~4조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외식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긴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많이 찾는 여의도의 남도음식점 '해우리'는 2만9000원짜리 저녁 정식 메뉴를 새로 선보였다. 저녁 모임을 대비해 3만원 미만의 가격에 간단한 식사와 무제한 맥주를 제공하는 메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기존 메뉴는 4~5만원 선이었는데 김영란법을 앞두고 3만원 미만의 메뉴를 출시했다"며 "고객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 사무총장 정승연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사람들이 김영란 법으로 인해 소비억제 등 부정적인 면을 많이 언급하는 데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소비를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기회에 새 상품 서비스를 개발해서 기회를 제공하는 유통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유통의 본질은 변화와 적응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충분히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농축수산업 농가 피해액 年 2조원 추정…한우·인삼·화훼 등 충격 최소화 대책 필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농수축산물과 가공품의 소비위축으로 농축어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김영란법이 시행령 입법예고안대로 시행되면 농수산업 피해액이 연간 1조8000억~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어 지난달 규제개혁위원회에도 금액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수협중앙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산물을 제외한 농축산물 선물수요는 24~2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물수요 감소로 농축산물 생산 감소액이 8193억~9569억원, 농축산물 소매매출 감소액이 1조1882억~1조38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문별 소매 매출 감소액을 보면 한우 2939억~3433억원, 인삼 4573억~5341억원, 사과 1402억~1637억원, 배 610억~713억원, 화훼 1407억~1644억원, 임산물 951억~1111억원 등이다.

 추석을 앞둔 농축수산 농가에선 "정부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농축산물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대형 유통업체들의 저렴한 수입산 선물세트가 출시되고 그에 따른 수요가 증가됨에 따라 농민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 시행으로 농축산분야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집중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우리 농수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정부가 추진해온 농축수산물의 고급화 정책과 상충하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서 기준 금액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선물 금액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선물세트 가격과의 격차를 고려해 최소 10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한우와 인삼에 대한 별도 기준을 요구했다. 10만원 미만의 경조화환을 경조사비 금액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진보적 농민단체에선 "김영란법이 농어촌의 기반을 뿌리채 흔들릴 것처럼 과장해서 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해선 안된다"면서 "명절 선물특수를 겨냥한 농사 구조를 일상적 소비를 겨냥해 바꿔나가야 한다.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한우·굴비·화훼 등 품목 등에 한해서만 충격을 줄일 대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