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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지금 'AI 대전' 중

등록 2016-09-04 08:00:00   최종수정 2016-12-28 17: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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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 시장을 선점하려는 미·중 양강의 힘겨루기가 뜨겁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부터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까지 주요 현안마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온 양국이 이번에는 기존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신산업 태동의 뿌리가 될 AI기술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 AI 분야 최강국 미국

 딥러닝, 기계식 학습을 비롯한 AI 분야에서 현재까지 압도적 화력을 자랑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세일즈포스 등 AI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본사가 있다. 이들은 기계가 사람처럼 배우고 학습하는 AI 부문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며 경쟁 우위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글은 이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이다. 래리 페이지 등 구글 창업주들은 세계적인 대가들을 꾸준히 영입하며,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적 장벽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 인공 신경망 분야를 30년 이상 연구한 제프리 힌튼 전 캐나다 토론토 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이 구글에서 이른바 ‘문샷’ 프로젝트를 이끄는 전문가다.

 ‘페이지랭크’ 기술로 검색시장의 강자들을 거꾸러뜨리며 시장 판도를 단숨에 뒤바꾼 이 기업은 지난 3월에는 ‘알파고’를 앞세워 한국의 바둑고수 이세돌 9단을 제압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인공지능 역사의 신기원을 이뤘다. 구글이 2014년 4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딥마인드는 스스로 학습하는 학습 알고리즘 구축을 목표로 한다.

 빅블루 IBM도 일찌감치 이 시장에 깃발을 꼽은 주인공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딥블루’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이미 체스 부문 세계 챔피언인 러시아의 가리 카스파로프를 눌렀다. 이어 또 다른 인공 지능 왓슨도 2011년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경쟁자들을 꺾고 우승했다. IBM은 현재 인공지능을 의료 부문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민간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정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는 인공지능 기술의 민간 확산을 주도해온 주역이다. 미국에서 몽상에 가깝다는 평을 받으며 외면받던 자율주행차 개발의 씨앗을 뿌린 주역도 이 기관이다.

 DARPA는 지난 2004년 상금 100만 달러를 내걸고 '자율주행차 랠리'를 열어 AI기술개발을 독려했다. 이 연구 기관은 2005년과 2007년에도 이 대회를 다시 열었고, 이 때마다 참가 대학이나 기업의 수준은 괄목상대의 진전을 보였다. 구글의 초창기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던 세바스티안 스룬도 이 대회 출신이다.

 국가가 앞장서 인공지능 산업에 물을 주고 씨앗을 뿌린  미국을 맹렬히 뒤좇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인공지능 굴기'의 깃발을 치켜든 기업이 중국을 대표하는 검색 기업인 ‘바이두’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딥러닝 연구소'를 세우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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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회사는 현지에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유수의 기업들과 인공지능 전문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 바이두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이끄는 과학자인 앤드류 앤지는 구글에서 인공 지능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전세계에서 하루 64만명이 방문하는 온라인 교육 기업인 ‘코세라’를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 전문가다.

 중국의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디디 리서치 센터’를 최근 세웠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이 차량파견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고객을 최단 경로로 목적지로 실어 나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현재 과학자 수백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업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고 아직은 기술력도 한수 아래지만, 중국 기업들의 성장속도와 잠재력은 만만치 않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바이두를 올해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 2위로 꼽았다. 1위는 아마존이었다. 올해 열린 컴퓨터 비전 국제대회에서도 중국팀은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왜 AI인가

 미국과 중국이 AI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기술이 기존 산업의 질서를 재편하고 신산업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저성장에 허덕이는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회춘’의 묘약이라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가상현실부터 국방, 의료, 주거에 이르기까지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IBM은 10년 뒤에는 시장 규모가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기술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무인 자동차가 대표적 실례다.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최단 경로를 선택하고, 다른 차량과 소통하는 무인 자동차의 핵심에는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있다. 이 운영 체제를 장악하면 새롭게 열릴 무인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가져갈 수 있다.

 구글이 이 분야에서 한걸음 앞서가고, 애플도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중국의 바이두 역시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5년 안에 무인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알리바바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자동차를  선보이며 시장을 곁눈질하고 있다.

 양국 기업들은 무인자동차의 운영체제격인 인공지능 부문을 선점해 이 분야 주도권을 쥐고, 한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 팩토리를 비롯한  인더스트리 4.0 시대  자국의 산업 경쟁력도 담금질하겠다는 포석이다.

 미·중 양국 중 어느 쪽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절대 강자가 아직은 없는 이 분야에서 한걸음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바이두, 디디추싱 등 공룡 기업들이 AI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AI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이들은 게임체인저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디디추싱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청웨이는 “구글의 무인 자동차 기술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이 기술은 자동차의 운영 체제를 뜻하며, 우리가 이러한 도전에 맞서지 못한다면, 미래에도 미국 기술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의 절반이 컴퓨터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술이었다면, 나머지 절반은 인공지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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