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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가능할까③]전문가들이 보는 모병제 실효성

등록 2016-09-06 05:59:00   최종수정 2016-12-28 17: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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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국가에서 현실성 없어 VS 군 효율성 높여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병제 도입 주장을 계기로 한동안 물밑에서 논의되던 모병제 도입이 다시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모병제가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위협을 막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모병제가 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철규 모병제 희망모임 사무총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찬성하는 첫 번째 이유는 지금의 군대로 과연 나라를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라며 "군인수로 세계 5위, 예산으로 10위정도 되는데 안보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기에 모병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병제의 단점으로 "실제 우리 군인수가 63만 명에 군무원까지 포함해서 65만 명 정도 되지만, 실제 전투배치가 돼 있는 수는 18만 명"이라며 "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군대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한 해 3,000~4,000명 정도의 입대 부적응자가 생기는데, 군은 이 사람들을 A·B·C 등급으로 나눠서 관리한다"며 "한 사람을 관리하는데 2명이 붙는다고 치면 전체가 1만 명 가량이 되는데, 군대가 굳이 부적응자를 받을 필요도, 지금처럼 많은 군대를 둘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예비역 육군대장인 백군기 전 더민주 의원도 모병제 찬성 쪽이다. 그는 "모병제는 군대를 과학화하고 전문가를 만드는데 유리하다"며 "요즘은 군장비들이 다 과학장비이고,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장비들"이라고 모병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백 전 의원은 징병제 찬성자들에 대해 "국민정서가 아직은 마치 모병제를 하면 전력이 약화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층에 있는 분들이 아직 우리는 국방의 질이 높아지지 않았는데 지금 북한이 110만 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군의 수를 줄이는 건 무리라는 부담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당분간은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해야 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국방예산이 다 모병제로 한다면 월급을 200만원 이상 주기에 너무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도 "시대가 변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모병제가 선진국의 추세"라며 "징병제 아래서의 병영은 일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청년을 바깥세상에서 단절시키고 당사자가 강제로 집단 수용된다는 점에서 본질적 성격이 감옥과 유사하다"고 모병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안 전 위원장은 모병제의 장점에 대해서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전문화를 통한 정예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병역과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켜 사회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모병제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모병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병력규모는 적의 위협에 따라 결정하는데 지금 북한 자체가 총동원체제로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은 "북한의 현역 동원력이 100만이 아닌 최소 90만정도가 되더라도 현재 우리 병력규모의 2배 이상이 대치하는 상황"이라며 "만일 우리나라의 전시동원체제가 완전히 이스라엘식으로 구비된다면 모를까 모병제는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모병제 하에 월급 200만원을 주겠다는 주장은 기존의 부사관들이 받는 월급을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 봉급체계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며 "하사·중사·소위들에게 주는 월급을 감안하면 봉급체계를 맞추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모병제로 바꾸면 일시적으로 사람들이 군에 지원을 안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다른 공무원보다 돈을 더 주면 몰라도 지금 군인 월급을 생각하면 지원할 사람을 우리가 목표하는 사람의 반도 못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또 "모병제가 되면 기존에 있는 군인들의 월급도 다 올려주는 식으로 모집해야 한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병사를 추가로 모집하는 것만 계산하는데, 지금의 하사·중사·소위·중위들의 월급을 다 올려주는 것도 계산을 해야한다"고 현재 모병제를 논의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군이란 것은 계급체계가 반드시 피라미드 형이 돼야 운영이 되는데 만약 2020년 모병제로 전환했으니 군인의 정년을 보장해라는 식으로 되면 나중엔 전투할 수 있는 사람이 다 '늙은이 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가느냐에 대한 문제를 논하기 전에 봐야하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병영구조"라며 "군의 인권침해 상황이 심각하고 개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현재 우리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상관 명령을 거부할 권리도 없는 구조에서 모병제로 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집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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