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중국어선과 전쟁]③어민들 "바다 나가봐야 손해" 한숨

등록 2016-11-14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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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조수정 기자 = 3일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 연안부두에서 한 어민이 조업을 나가지 못해 정박한 자신의 어선 앞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다. 40년째 이곳을 근거지로 조업하고 있는 박 모씨와 최 모씨 부부는 "어획량이 줄어 10월 한달동안 한번밖에 조업을 나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2016.11.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지난 3일 인천시 중구 항동 연안부두. 꽃게로 가득해야 할 이곳에는 조업을 포기한 채 닻을 내린 어선들로 가득했다.

 정박 중인 어선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박모(67)씨에게 ‘요즘 꽃게가 잘 잡히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어휴, 말도 못해요. 올해 꽃게는 3분의 1도 못했어요. 중국 어선이 와서 꽃게 서식처를 다 긁어대니까 뭐가 남겠어요.”

 그는 “40년 넘게 일했는데 이제는 이 일을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8월15일부터 3개월간은 꽃게 철인데 잘 안 잡혀요. 9월에는 그래도 몇 번 나갔는데 지난달에는 두 번 밖에 못 나갔어요. 나가봐야 오히려 적자인데 뭐하러 나가요. 인건비도 안 나와요.”

 그는 “잘 버는 사람은 한때 5억원 이상씩 했는데 지금은 3분의 1 정도 줄었다. 기자들이 꽃게 풍년이네 뭐네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을 내저었다.

 어민 최모(64)도 “게네들(중국어선 선원)이 한번 지나가면 쑥대밭이 된다”며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을 바랐다. “최근에 기관총 한 번 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게네들이 안 오겠어요. 얼마나 독한 놈들인데…, 우리가 바라는게 뭐겠어요. 그냥 게네들이 우리 바다에만 오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을 좀 해주면 좋겠어요.”

 인천 소청도 주민인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최근 중국 불법 어선 조업 관련 토론회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을 위한 ‘서해5도 특별 경비단’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10년간 중국어선이 버리거나 방치한 폐그물, 통발 수거 대책 마련도 바랐다.

 남흥우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한강 하구까지 진출하는 등 대범성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연해구역의 어족자원을 몰살시켜 결국에는 우리나라 어업 산업을 퇴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고갈되는 어족자원 보존 등을 위한 입법적 대안을 마련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우리 어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이 어종 씨 말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구를 훼손하고 치어까지 쓸어가고 있다. 특히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무단 침입해 불법으로 조업하면서도 무력대응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중국과 인접한 주변 국가의 어족자원까지 쓸어가고 있다.

 중국의 어회량과 어민수는 세계 1위다. 불법조업도 역시 1위다. 중국 어선은 100만척, 중국 어민은 3000만명에 달한다. 중국어선의 조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연안과 근해의 어족자원은 이미 황폐한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 어민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변국 어장을 넘본다.

 문제는 이들은 바다 밑바닥을 끄는 저인망식 어획으로 바다의 생태계를 손상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중앙 정부의 단속도 적극적이지 않아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 나라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불법 조업을 감행하는 중국 어선을 격침하기도 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시 상록구을)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1~2015) 단속된 불법조업 중국어선 가운데 저인망, 유자망 어선이 91.5%에 달했다. 닥치는 대로 잡는 조업행태다.  

 이 기간 단속된 불법조업 중국어선 2397척 중 국내 수산자원의 씨를 말릴 수 있는 저인망 어선이 64.6%(1549척), 유자망 어선이 26.9%(645척)나 됐다.

 이들 중국 불법 어선들은 잠정조치 수역을 거점으로 야간·기상악화 등 취약시기를 틈타 불법으로 조업하는 특성상 정확하게 불법조업으로 획득한 어획량 확인은 어렵지만, 성어기(4~5월, 10월~12월)에 잠정조치수역 2000여척, NLL 인근 200~300여 척이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어민 피해 연간 2900억~4300억

 이들 중국어선의 조업 규모와 조업현황을 고려하면 해수부는 피해액을 최대 2900억~4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족자원이 고갈돼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편 지난 2011년 적발된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대한 담보금 징수대상 어선 가운데 284척, 294억5500만원은 담보금마저 미납한 상태다.

 또 지금까지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대한 몰수조치는 현재까지 5척에 불과하다. 몰수규정이 임의규정이었던 점도 한계가 있었지만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과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해 사태를 키운 측면도 크다. 뒤늦게 강행규정으로 EEZ 어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5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자국과 상대국에 어업허가가 없는 어선에 한해 몰수에 합의한 바 있어 앞으로 불법조업 중국어선 등에 대해서는 몰수조치 등 보다 강력한 처벌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김철민 의원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해 국내 어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는데 어업인들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불법조업 공동단속시스템 구축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당국간 외교적 채널을 통한 협의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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