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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떠나자 과메기가 기다리는 포항으로…"

등록 2016-11-22 15:53:40   최종수정 2016-12-28 17: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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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북 포항 구룡포 과메기. (사진=포항 구룡포 과메기 협동조합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라는 고(故) 최인호(1945~2013) 작가의 가사로 잘 알려진 송창식(67)씨의 노래 ‘고래사냥’에서 1970년대 짓눌린 청춘들은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기 위해 동해로 훌쩍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 겨울, 기자가 동해로 떠나려 한다면 그것은 국제적 멸종 위기 동물인 고래를 사냥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로 ‘과메기’를 마음껏 먹기 위해서다.

◇과메기, 너는 누구냐.

 과메기는 겨울철 청어나 꽁치를 그늘에서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말린 것이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등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는 겨울철 별미다.

 조선시대에는 청어로 만들었으나 196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사촌격인 꽁치로 만들기 시작했다.

 요즘 청어가 다시 잡히기 시작하면서 '청어 과메기'가 재등장했으나 청어보다 더 고소하고 식감이 쫄깃하다는 이유로 ‘꽁치 과메기’가 여전히 주인공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의)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다.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해 관목이 ‘관메기’로 변했고, 다시 ‘ㄴ’이 탈락해 과메기로 굳어졌다.

 특히 청어를 부엌 살창에 걸어 말리면 아궁이 연기가 살창으로 빠져나가면서 훈제가 이뤄지는데 이를 특별히 ‘연관목(烟貫目)’이라 불렀다.

 과메기를 먹게 된 유래에는 '설'이 많다.

 재담집 ‘소천소지(笑天笑地)’에 따르면 조선 시대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치르러 한양으로 가다 동해안을 지나던 중 바닷가 나뭇가지에 청어가 눈이 꿰인 채 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가 너무 고팠던 그는 주저 없이 이를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았다. 훗날 집에 돌아온 그는 겨울마다 청어의 눈을 꿰어 나무에 널어 얼렸다 말렸다 반복해 먹었다.

 뱃사람들이 배 안에서 반찬으로 먹으려고 지붕 위에 청어를 던져놓았더니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저절로 과메기가 됐다는 설, 왜적 침입이 잦았던 동해안 어촌에서 한겨울 어선을 빼앗겼을 때 먹으려고 지붕 위에 숨겨뒀던 청어가 발효한 것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과메기는 겨울이 제철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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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북 포항시 ‘구룡포 과메기’ 건조 모습.(사진=포항 구룡포 과메기 협동조합 제공)
 기온이 '영점(零點)' 아래로 떨어지는 11월 중순부터 날씨가 풀리는 설날 전후까지 뼈를 발라낸 꽁치를 그늘, 그것도 한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바닷가 차디찬 바람 앞에 줄줄이 널어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말린다.

 전문가들은 과메기 맛을 두고 "단순히 꽁치 말린 맛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일교차에 의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숙성한 음식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질이나 단백질은 공기 중에 오래 두면 산패(산성이 돼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나빠지거나 빛깔이 변하는 현상, 부패와는 다름)한다. 하지만 꽁치는 껍질이 막처럼 살을 싸고 있어 산패 없이 숙성하는 덕에 오히려 더욱 맛깔스러워진다.

◇과메기의 맛과 영양  

 흔히 과메기는 생미역 위에 과메기를 올리고 마늘편, 실파, 풋고추,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는다. 마른 김을 곁들이기도 한다.

 이런 방식이 전통적이었다면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를 점하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협동조합(이사장 김영헌)은 과메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먹는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비린내가 거의 없는 과메기를 미나리·김·실파 등으로 감아 만드는 ‘과메기 초밥’을 비롯해 ‘과메기 구이’ ‘과메기 보쌈’ ‘과메기 회무침’ ‘과메기 김밥’ ‘과메기 튀김’ ‘과메가 탕수육’ ‘과메기 조림’ ‘과메기 전’ ‘과메기 오드볼’ ‘과메기 샐러드’ ‘과메기 샌드위치’ ‘과메기 야채말이’ ‘과메기 롤’ ‘과메기 산적’ 등 과메기를 동서양 다채로운 요리와 접목한 신메뉴가 무궁무진하다.

 수백 년 동안 한국인의 혀를 사로잡은 쫀득쫀득한 맛의 과메기가 품고 있던 영양 성분의 비밀은 현대 과학에 의해 최근 봉인 해제됐다.

 어린이 성장 촉진·피부 미용 효과 등에 좋은 DHA·오메가3 지방산, 체력 저하·뇌 쇠퇴 방지·피부 노화 방지 효능이 있는 핵산 등이 풍성하다는 설명이다.

 그 양도 독특한 생산 과정을 거치는 사이 원재료인 청어나 꽁치가 함유한 것보다 훨씬 증가한다.  

 과메기는 이제 별미를 넘어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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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북 포항 구룡포 과메기로 만든 '과메기쌈'.  (사진=포항 구룡포 과메기 협동조합 제공)
◇과메기 배불리 먹고 둘러볼 포항 명소(포항시, 한국관광공사 추천)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353번지 일원에 4층 규모로 들어섰다.

 과메기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획전시실, 체험교실, 해양체험관(터치 풀), 영상 수족관(준비 중), 문화관(1970년대 어촌 가옥, 꽁치잡이 어선 등 전시), 해양 생태관(구룡포 바다 스케치, 모래 놀이, 제트스키 체험, 산호 수조, 영상관,), 야외 전망대 등을 갖췄다.

 특히 2층 과메기 연구 센터에서는 과메기의 영양학적 가치를 연구하고 미생물·중금속·수분 등 품질 검사를 진행해 과메기 명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

 가수 최백호의 인기곡 ‘영일만 친구’(1979)의 배경이다.

 백사장 길이 1750m, 너비 40~70m, 면적 40만6613.4m²(12만3000평)의 포항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포스코와 영일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미곶에 버금가는 새해 일출 명소로 새롭게 뜨고 있다.

○…호미곶

 영일만을 이루는 포항시 장기반도 끝에 돌출한 곶(串)이다. 애초 원래 생김새가 ‘말갈기’와 같다고 해서 ‘장기곶(長鬐串)’이라 명명됐으나 2001년 12월 지금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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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북 포항 호미곶.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호미(虎尾)’는 '호랑이 꼬리'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 풍수지리학자 남사고(1509~1571)가 저서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秘錄)'에서 한반도를 호랑이가 앞발로 만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그리면서 백두산을 코로, 이곳을 꼬리로 묘사했다.

 한반도 최동단답게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 덕분에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

 상생의 손, 새천년 기념관, 바다화석박물관, 한국수석포항박물관, 해상데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호미 해안 둘레길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구룡포읍, 호미곶면을 거쳐 장기면까지 기암절벽과 파도 소리를 감상하며 걷는 길(총 길이 58㎞)이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운제산 오어사 앞 고즈넉한 연못인 오어지를 끼고 걷는 오어지 둘레길, 고택과 누정 등 문화재 가득한 덕동문화마을 숲길 등 산길·숲길은 해안길과는 또 다른 '발 맛'을 준다.  

○…기청산 식물원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다. 경상도의 멸종 위기 식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울릉도의 야생화가 두드러진다. 섬시호, 섬말나리, 섬기린초 등을 볼 수 있는 울릉식물관찰원까지 갖췄다. 포항 내 ‘작은 울릉도’인 셈.

 식물원의 풍경 또한 비밀의 정원처럼 은은하고 화사하다. 뿌리가 위로 자라는 낙우송이나 대숲 미로 등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지척에 있는 경상북도 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넓은 수목원이자 동해가 보이는 수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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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북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내연산은 12폭포와 기암이 어우러져 신선이 사는 곳을 보는 듯하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구룡포읍 장안동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 있다.

 과거에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들만 찾던 숨겨진 곳이었으나 2012년 '구룡포 근대역사관'을 문 열면서 100여 전 그들이 살던 가옥들을 복원하고 거리를 정돈해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재탄생시켰다.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이곳은 이제 명소로 자리 잡았다. 

○…포항운하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부럽지 않은 국내 최초의 운하다. 총 길이 1.3㎞로 운하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바닷길과 연결하면 8~10㎞ 물길여행을 할 수 있다.

 운하를 건설하며 옛 물길과 생태환경을 복원해 시민 공원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변신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운하에 뜨는 유람선이 '포항 크루즈'다. 형산강과 내항은 물론 외항까지 이어진, 광범위한 지역을 돈다.

 포항운하는 폭이 13~25m에 불과한 덕에 유람선을 탄 채 양손을 뻗으면 운하 양옆 길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져 더욱 로맨틱한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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