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선 불출마…박 대통령 탄핵 적극 추진

등록 2016-11-28 15: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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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1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1월23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개헌 추진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제 정치인생의 마지막이었던 대선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권고했고, 저 역시 그간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왔다"며 "이제 이것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담당했고 새누리당의 직전 당 대표로서 지금의 국가적 혼란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며 "정치는 책임을 질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부터 책임지고 내려놓겠다"며 "앞으로 국가적 위기수습을 위해 무너져내린 헌정질서를 복원시켜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박 대통령은 실패했지만, 이것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 모든것을 다 바치겠다"며 "박 대통령으로 인해 초래된 보수의 위기가 보수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인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했다. 우리 새누리당도 배신했다"며 "헌법을 심대하게 위반했다"고 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이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 야당이 이 탄핵에 대해서 갖가지 잔머리를 굴리면서 주저하고 있는데, 새로운 보수를 만들고, 또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그런 논의에서 우리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발의를 앞장서기로 했다"고 박 대통령 탄핵 발의에 자신이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의 탄핵 추진 언급에 따라 여야의 탄핵소추안 발의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내 비박 지도모임인 비상시국회의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거들었다.

 현재 야당은 의결 정족수만 확보되면 당장이라도 탄핵 소추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새누리당 비박계와 야당이 연대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명이다. 야권 소속 의원이 171명(더불어민주당 121·국민의당 38·정의당 6·무소속 6)이 모두 본회의장에 나와 찬성 표결을 한다고 전제하면 새누리당에선 최소 29명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지난 20일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절차 착수에 동의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총 32명이었다.

 ◇"떠나야 하는 건 '친박'"…새누리당 잔류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새누리당 당원 중에 당을 탈당하고 싶은 마음이 과연 누가 있겠나"라며 "책임져야 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있지 않나"라고 당을 떠나야 할 세력은 친박계임을 분명히했다. 당분간은 당 잔류를 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지금 7명째 대통령제에서 5년마다 한번씩 이런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들에게 이런 괴로움을 끼치지 말아야겠다"라고 '최순실 사태'의 원인을 대통령제로 돌렸다. 그는 따라서 "그 문제의 해결은 개헌"이라며 "그래서 개헌도 동시에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 위기 수습과 당의 혁신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대표께서 보수의 저력을 보여주는 자기희생과 결단을 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뜻을 받들어 보수 혁신의 큰 길로 나서야 할 때"라며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은 개혁과 혁신을 거부하는 안이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보수 전체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순간"이라며 "당 지도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다 내려놓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를 통틀어 정치권에서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 중 한 명이었던 김 전 대표는 지난 10월24일 최순실 정국 속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를 전격 제안하자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환영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초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영웅의 시대는 갔다"며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하고 정당들이 서로 협력하는 연정을 해야 한다"고 대통령제의 폐단을 역설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연정' 주장에 대해 답보 상태의 그의 지지율과 연관시키기도 했다.

 2014년 10월 당 대표 취임 초에 중국을 방문해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찬성하는 이른바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청와대의 반발을 샀다가 이후 박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하며 사태를 수습한 전력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으로 현실론을 꼽고 있다. 대선 지지율이 5% 아래로 떨어진 뒤 좀처럼 만회가 힘든 상황에서, '최순실 쓰나미'까지 덮쳐, 더이상 대선 레이스를 끌고가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됐다는 자체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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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나라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회원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탄핵 정국에도 개헌은 추진되어야 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11.23.  [email protected]
 김 전 대표는 대신 '대통령제 종식'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개헌 운동에 나서면서,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 형태의 개헌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꿈은 버렸지만 의회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대다수 비박계 인사들도 대통령제를 종식하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비박계 역시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자력으로는 보수정권 연장이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다.

 ◇야권 "개헌 논의 응하기 힘들어"

 야권은 '탄핵 대오'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개헌논의에 당장 응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등 '최순실 정국'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 정치권의 시선이 '개헌 화두'로 자연스럽게 옮겨 갈 수도 있다는 것이 김 전 대표나 비박계의 희망섞인 전망이다.   

 더욱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이지만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그리고 민주당 내 반노, 비노 진영 인사들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따라서 김 전 대표의 개헌 승부수가 당장 성사되지는 않을 공산이 크지만 개헌 논의가 야권의 분열 내지 정계 재편을 촉발시킬 여지는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무성 전 대표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탄핵을 위해 김 전 대표와 공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어쨌든 (김 전 대표가) 탄핵에 대해서는 나서겠다는 것 아니냐. 본인으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탄핵에 대해서 (의사를) 밝힌 것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하고 공조하겠다는 게 우리 당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한 새누리당 의원 개별 접촉 여부에 관해선 "맨투맨을 포함해 그룹별, 주변관계 등을 통해 설득과 회유와 협박, 압박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탄핵 찬성 독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결국 탄핵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야당이 결론 내렸다"며 탄핵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퇴진할 생각이 전혀 없이 국정공백 장기화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은 내려올 생각이 없고 국민은 거리에서 싸우고 정부도 아무 일을 안 하는 상황을 장기간 방치할 수 없다"며 "탄핵을 통해 정치 일정을 정상화하고 대응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기능을 복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당 대통령이니 고민 안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헌법기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 해법을 심사숙고해주길 바란다"며 탄핵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선 "김기춘 씨가 최순실을 알지도 못하고 통화하지도 못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청와대 비서실장을 한 분이 저렇게 뻔뻔하게 거짓말 하나 어이가 없었다"며 "나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에서 김기춘이라는 사람도 암약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점은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김무성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남의 당 대권 후보지만 아쉬운 생각도 갖는다"고 말한 뒤 "(김 전 대표가)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 '탄핵해야 한다. 몸 바쳐 노력하겠다. 야당에서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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