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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합의후 국제유가 고공행진…韓경제에 호재일까

등록 2016-12-05 06:15:45   최종수정 2016-12-28 1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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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C 합의 후 WTI 14.26%, 브랜트유 16.30%, 두바이유 12.86%↑
 유가 상승은 세계경제 회복에 긍정적…韓 수출 개선 기대감↑
 경기부진·물가상승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이 디플레 압력을 누그러뜨려 세계 경제 회복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도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수요 진작이 아닌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오히려 국내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PEC의 감산 합의 이후 최근 사흘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국제 유가는 두자릿수의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9일 배럴당 45.23 달러에서 2일 51.68 달러로 14.26%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국 브랜트유(46.38→53.94 달러)는 16.30%, 두바이유(44.65→50.39 달러)는 12.86%씩 상승해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겼다.

 시장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강해져 최적 수준(스윗스팟·sweet spot)인 배럴당 60달러 안팎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유가 상승, 세계 경제에는 '단비'…韓 수출에도 긍정적

 유가 상승은 회복세가 지지부진했던 세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2년여간 지속됐던 산유량 '치킨 게임'이 끝나면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컸던 상황에서 유가가 반등하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높여 소비나 투자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장기간 수출 부진에 시달리던 국내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유국에 대한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건설, 조선, 해양플랜트 등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석유 관련 제품의 수출 단가가 상승하면서 정유, 석유화학 업종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그동안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탓에 중동,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위축됐었다"며 "유가 상승은 제품 단가 상승,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회복 등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실장은 "구체적인 감산 합의가 나와서 내년 1~6월 시행을 발표하면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수출과 단가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했다.

 ◇내수 경기에는 부정적…'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하지만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의 압력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를 경우 내수 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가격을 인상하자 상품 가격이 상승했고, 인플레이션은 소비 침체를 유발했다. 이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2%나 급등했고 경제성장률은 5.3%포인트 떨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가 내려갈때(수요 부진)와 올라갈때(공급 축소)의 원인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경기를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우리 경제가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금리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유가 상승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금리가 급등할 경우 가계부실 등 부작영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 9일 1.402%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일 1.745%까지 올라 34.3bp나 급등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초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진정세를 보이다가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다시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교수는 "트럼프 탠트럼과 유가 상승의 효과가 겹치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부실 위험을 증가시키고 소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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