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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아, 127분의 황홀한 춤…'라라랜드'

등록 2016-12-06 09:01:48   최종수정 2016-12-30 1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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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라라랜드'(감독 데이미언 셔젤)는 영화이면서 음악이다. 유쾌하게 시작해 감미롭게, 로맨틱하게, 유머러스하게 연주를 이어가던 이 곡은 결국 관객의 가슴을 지긋이 누르며 마친다. '라라랜드'의 편집은 박자이고, 촬영은 선율이며, 배우는 가사다. '위플래쉬'(2014)도 그랬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전작에서 '광기'를 동력 삼아 전율의 음악을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꿈과 사랑'을 품에 안고 춤 출 수 있는 노래를 내놓는다.

 이건 두 청춘이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하고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조금씩 전진하다가 어떤 결론에 다다르는 이야기다. 숱하게 보고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라라랜드'에서 이 서사는 처음 보고 들은 게 된다. 그건 '라라랜드'가 너무 자주 말해진 탓에 이제는 상투(常套)가 된 '청춘의 꿈과 사랑', 그 말의 본디 아름다움을 온전히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영화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을 노래('City of Stars')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린다. 남자는 '정통' 재즈클럽을 여는 게 꿈이지만, 현실은 레스토랑에서 배경음악이 될 곡을 연주하는 신세다. 여자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배우의 꿈을 안고 LA에 왔지만, 번번히 낙방하는 지망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작하는 연인은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세바스찬과 미아 모두 그들의 꿈에 가까이 가지 못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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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는 아름답다. 내리쬐는 햇빛과 반짝이는 별빛이 아름답다. 오래된 재즈클럽과 해변의 카페, 언덕 꼭대기의 천문대, LA의 풍광이 아름답다. 음악과 춤이 아름답고, 슈트를 입은 남자와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사랑이 아름답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피아노 치는 남자는 어떤가, 직접 쓴 각본으로 홀로 무대에 오르는 여자는 또 어떤가.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어도 꿈이 아름답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다.

 '라라랜드'는 영화에 대한 송가(頌歌)다. 셔젤 감독은 영화가 자신에게, 또 우리에게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영화는 현실에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극장의 어둠으로 숨어 들어, 잠시 다른 세상에 도달한 뒤,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의 바로 그 기분이다. 영화를 볼 때만큼은 세계를 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라라랜드'에는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LA가 이 작품의 배경인 것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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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는 이제는 힘을 잃은 장르인 뮤지컬영화에 대한 찬가(讚歌)이기도 하다. 1930~1960년대 탄생해 '클래식'이 된 뮤지컬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는 우리 삶에 노래와 춤이 빠진 적이 있느냐고, 그것만큼 아름답고 행복한 게 있느냐고 반문하는 듯하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첫 번째 뮤지컬 시퀀스는 '밴드 웨건'(1953)과 '사랑은 비를 타고'(1954)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이 손을 맞잡고 노래할 때는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이 생각난다.

 '라라랜드'는 고전영화에 대한 연가(戀歌)다. 정통재즈만이 진짜임을 설파하는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1955)을 상영하는 극장에 가자며 첫 데이트를 제안한다. 재즈에는 관심이 없다던 미아도 사실은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카사블랑카'(1942) 촬영지 옆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가 정말 꿈이었던 시대를 향한 사랑으로 표현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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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모든 이야기를 완성해주는 건 결국 영화 기술이다. '위플래쉬'에서도 그랬지만, '라라랜드'의 편집에는 오차가 없다. 무엇을 자르고, 어디서 늘려야 하는지 정확하게 계산한 컷과 컷, 시퀀스와 시퀀스는 영화에 경쾌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절묘하게 사용된 조명은 관객을 극에 완전히 빨아들인다. 셔젤 감독은 영화가 언제 어두워져야 하고, 왜 밝아져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특기해야 할 것은 역시 롱테이크 쇼트다. '라라랜드'의 롱테이크는 단순히 한 번에 길게 찍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일종의 쇼로서 온전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뛰어나다. 배우들의 춤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동시 녹음으로 현장화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날아올랐다가 착지하는 장면을 하나의 컷으로 연결한 것 또한 관객의 감정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 게다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보여지는 '그 장면'은 기술이 때로는 감정까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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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고슬링과 스톤의 완벽에 가까운 춤과 노래는 그들이 얼마나 이 작품에 헌신적이었는지 보여준다(이 작품에서 이들의 노래와 연주는 모두 현장 녹음된 것들이다). 두 사람의 눈빛 또한 잊히지 않는다. 특히 만감이 오가는 그 순간을 두 눈에 담아내는 그들의 연기는 관객이 아련함과 묵직한 어떤 기분을 느끼며 극장 밖을 나가게 한다.

 '라라랜드'를 다 보고나면 셔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단 두 편만으로 경지에 오른 이 젊은 감독은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 것인가. 그의 영화는 어딜 향하고 있을까. 그리고, 세바스찬과 미아는 어떻게 살게 될까. 어쨌든 '라라랜드'는 이 우울한 연말을 달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로맨스영화다. 그 위로가, 이 아름다움이 셔젤 감독이 '라라랜드'를 만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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