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에 빠진 韓경제…3년 연속 2%대 성장 머무나

등록 2016-12-12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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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한국 경제 수출이 지난 8월 이후 6년만에 최대폭으로 축소된 6일 오전 서울 남산타워에서 서울 시내의 기업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중국경제성장세 하락이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통계를 통해 해외 투자은행(IB)들의 3분기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9월에 4% 정도였으나 지난 8월 20일에는2.4%로 무려 1.6% 포인트 추락했다고 밝혔다. 2015.09.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한국 경제가 점점 깊게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발 경기 발작,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악재들이 산적한 시점에 한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경제팀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 정부의 기능은 마비됐다. 

 이미 국내외 기관 및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한국 경제가 사상 첫 3년 연속 2% 저성장에 머물 위기에 처했다.

 ◇줄 잇는 2%대 성장률 전망…이미 켜진 '빨간불'

 한국 경제의 위험을 알리는 적신호가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016년 2.6%, 2017년 2.4%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의 경우 올 상반기 예측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지난 5월 발표한 '201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6%와 2.7%로 내다봤다.

 예측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 3년 연속 2%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KDI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만큼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KDI는 "국내 정치 불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소비, 투자, 생산 및 노동공급이 위축돼 부정적 파급효과가 증폭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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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중국 위안화 추가 절하로 코스피 지수가 1970선으로 밀리며 장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15.08.13.  [email protected]
 다른 기관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인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낮췄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2.2%, 현대경제연구원은 2.6%, 한국금융연구원은 2.5%를 각각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예측했다.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내려잡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3.0%로 제시했지만 향후 조정 가능성을 남겨놨다.

 코시 마타이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부국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리뷰' 간담회에서 ”아직 4분기 지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 경제 지표를 보면 아마도 우리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국제기구와 민간연구기관들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는 것은 세계 교역 둔화로 수출이 뚜렷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최순실 게이트, 미국의 정책불확실성, 중국 경제 둔화 가능성 등 하방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과 구조조정의 여파도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부담스러운 요소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최근 한국과 대만의 신용등급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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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7일 KDI이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016년 2.6%, 2017년 2.4%로 예측했다.  [email protected]
 보고서는 "정치 상황의 영향으로 경제정책 결정이 미뤄져도 경제지표 및 재정지표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스캔들이 현재 이런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개된 보고서 외에 내부용 보고서 원문에는 박 대통령 관련 스캔들이 내수위축을 심화시킬 가능성과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자진사퇴, 탄핵 등에 따른 정치일정 전망 등 각 시나리오 따른 상세한 분석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가 향후 금융, 무역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유의주시해야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1·2위 교역국이자 글로벌 시장의 1·2위 수입국으로서 양국 관계 변화에 따른 세계시장의 변화는 필연적인 일"이라며 "정부는 한·미간 협력, 한·중간 협력, 교역 다변화 등을 통해 미·중 관계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한 데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 정부와 마찰을 겪은 직후부터 한류 연예인 출연과 한국 드라마 방영 등을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을 내렸고 최근에는 한국기업에 대한 제재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애로를 호소하고 있고 특히 외교·안보적 사안과 관련해 양국간 협력 관계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정부는 양국의 동반자 관계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현지, 국내, 민관 협업 등 다각적 차원에서 현지 진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내수 활성화와 장기적 경제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수출 반등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 부진으로 3년 연속 2%대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답답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민간소비 증가세가 정체되는 가운데 지속되는 저성장으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기대하는 만큼 개선될 여지도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수 기반을 강화하려면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부채 문제 연착륙에 주력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에 대한 신속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성장력과 고용 창출의 원천인 투자의 활성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DI는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재정 및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가운데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산업구조조정과 함께 규제완화, 경쟁촉진 등 우리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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