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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현재, 과거로 가면 더 좋게 바꿀 수 있나요?

등록 2016-12-18 07: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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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흘러간 시간은 누구에게나 아쉽고 서운한 것인가 보다.

 그간 개봉한 국내외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은 현재에서 과거로, 아니면 미래에서 현재로 타임슬립(시간여행)해 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무엇인가를 바꾸고, 견뎌내기 힘들었던 무엇인가를 해결하려 한다.

 지난 14일 개봉해 17일까지 46만 명 넘게 본 판타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도 그런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종합병원 소아외과 과장인 '수현'(김윤석)은 캄보디아 오지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중 한 어린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소녀 할아버지로부터 알약 열 개를 답례로 받는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호기심에 알약 한 개를 삼킨 순간, 수현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

 1985년 어느 날, 종합병원 레지던트인 '수현'(변요한)은 우연히 길에 쓰러진 중년 남성을 돕게 된다.

 이 남성은 자신이 30년 뒤인 2015년의 수현이라 주장한다. 1985년의 수현은 처음에는 황당해하지만 2015년 수현이 보여주는 여러 증거를 본 뒤 혼란에 빠진다.

 "왜 과거로 왔느냐"는 1985년 수현의 물음에 2015년 수현은 "사랑했던 연아를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연아'(채서진)는 수현의 오랜 연인으로 1985년 현재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2015년 수현의 말에 1985년 수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사정하다시피 캐물어 결국 믿기 힘든 미래를 알게 된다.

 이 영화에서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던 50대 후반 수현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인생에서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시간으로 돌아간다.

 누구나 오래된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그것도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갈 수 있는 것이라면 유리하게 바꿀 것은 사실 많다.

 과거의 나에게 2000년대 초반 당첨금 수백억원을 받게 될 로또 1등 번호를 알려줄 수도 있고, 1990년대 초반 신도시 개발이 이뤄질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부동산을 사두라고 일러주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의 나를 초보 정치인에게 접근시켜 그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도록 돕게 한 뒤 현재의 내가 '비선 실세'로 암약하며 국정을 농단할 수도 있다.

 이도 도 아니면 아직 20대 후반이라 건강한 자신에게 "나처럼 늙어서 폐암으로 죽어가기 싫으면 당장 담배를 끊으라"고 충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니 수현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세상의 시간적인 흐름, 간단히 말해 '역사'에 개입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저 첫사랑 연아를 멀리서라도 보고 싶어 할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더 가능하다면 연아가 처음에는 조금 아플 수 있겠지만 결국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정도로 '역사'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

 실제 그간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여러 영화에 등장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과거에서 무엇인가가 변화가 일어나자 현재의 사진 속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 변화가 바로 잡히자 사라졌던 사람들이 다시 등장하는 '혼란'이 일어난다.

 그러나 기자가 이 영화를 보며 정말 감동한 것은 수현의 '부성애'다.

 수현은 연아를 사랑하지만 그에 못잖게 20년 동안 정성껏 키운 딸 '수아'(박혜수), 그러니까 자신의 이름 수현의 마지막 글자 '수'와 연아의 마지막 글자 '아'를 따 이름 지은 그 딸을 사랑한다.

 오로지 연아만을 사랑한다면 수아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수현의 고민은 깊고 운신의 폭도 좁다.

 만일 당신에게 30년 전, 아니 불과 1년 전이라도 되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아, 전제 조건은 있다. 캄보디아 오지에서 홍수가 밀려오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가련한 소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인성을 갖춰야 한다.

 왜냐고. 그런 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사리사욕을 위해 역사에 마구잡이로 개입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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