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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지키고 대안 내세워 '파업 정면 돌파' 홍순만 코레일 사장

등록 2016-12-18 08:00:10   최종수정 2017-01-09 10: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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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순만(사진 가운데) 코레일 사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수색역을 방문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을 격려하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맡은 업무에 온 힘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코레일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9일 오후 2시 파업 중이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전원 업무에 복귀하면서 9월27일부터 장장 74일간 이어온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이 종료했다.

 철도노조는 업무 복귀를 선언하면서 "현장 투쟁으로 전환한 것이지 파업 철회는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철도노조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채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철도파업 정상화 과정에서 최고 공로자로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첫손에 꼽힌다.

 그는 ‘원칙’과 ‘대안’이라는 두 바퀴로 ‘철도파업’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정면 돌파해 파업 종료까지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잘못된 파업, 타협할 수 없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홍 사장은 “이번 파업을 처음부터 정치파업, 불법파업으로 판단했다”면서 “잘못된 파업에 굴복하고 타협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돌아봤다.

 그가 이런 자신감을 가진 배경은 철도 운행이 평소처럼 완벽하지 못해 불편함을 초래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국민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라는 점, 이 또한 이른 시일 내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에 관한 확신이다.

 2009년 코레일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서 노조는 아무리 파업을 벌여도 조종, 유지·보수 등의 직종에서 일부 필수 유지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가장 고차원의 조종 기술이 필요한 KTX 운행 인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2013년 12월 당시 코레일은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을 경험하면서 대체인력 운용에 관한 노하우도 갖게 됐다.

 홍 사장은 철도 전문가(건설교통부 철도국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등 역임)다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고 효과적인 결단을 내렸다.

 필수 유지 인력을 국민 불편을 가중할 수 있는 KTX와 통근 열차를 중심으로 일반 열차, 수도권 전동차 운행에 투입하고,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통해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지원받은 군 인력을 통근 열차와 화물 열차 운행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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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강원 동해시 소재 동해차량사업소를 찾아 디젤전기기관차 엔진 정비 상황을 살펴보고 차량 정비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필수유지인력이 배치되지 않는 승무 지원 등 부문에는 코레일 내부 인력을 우선으로 배치했다.

 동시에 철도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임용 대기자들을 서둘러 임용하고 퇴직자, 군 출신, 관련 대학 전공자 등 철도 관련 경험을 가진 인력들을 기간제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나섰다.

 이처럼 최대한 빨리 인력을 확보했으나 홍 사장은 정작 인력 배치를 서두르지 않았다.

 홍 사장은 “철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데다 철도노조가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안전 문제를 공격에 이용할 것이 분명한 만큼 대체인력에 대한 실무 교육, 안전 교육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일정 기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현장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홍 사장 스스로 거의 매일같이 전국을 누볐다.

 파업 기간 그는 국정 감사일 등 공식 일정 제외하고 113개 소속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특히 차량 분야를 중점적으로 방문해 업무에 참여한 코레일 직원들과 대체 인력들을 격려하고 완벽한 열차 정비를 당부했다.

◇전국 누비며 직원 설득·시설 점검

 최고 경영자의 유효적절한 판단과 철저한 점검 덕인지 코레일은 파업 기간 안전사고 발생률을 평시 수준으로 유지했다.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0% 감소했다. 2013년 파업과 비교해도 대폭 줄었다.

 열차가 평소처럼 운행하자 일반 국민이 불편을 크게 느끼지 않았고 이는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힘이 됐다.

 다만 화물 열차, 특히 레미콘 열차의 운행률이 평소보다 낮은 것은 자칫 물류대란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홍 사장은 대체인력을 더 많이 충원하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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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사옥에서 열린 성과연봉제 관련 장기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에 참석한 홍순만(오른쪽) 코레일 사장과 김영훈 철도노조위원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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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국민 불편과 직결된 철도 파업에 직면한 코레일 최고경영진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홍 사장은 서비스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철도 파업이 끝난 뒤를 바라본 것이다.

 실제 그는 그간 KTX를 서울역에서는 경부선만, 용산역에서는 호남선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을 두 역에서 두 노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광명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광명역 구간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물론 주차빌딩과 대규모 도심공항터미널도 짓는다. KTX 특실은 물론 일반실에까지 충전용 콘센트와 USB 포트를 연말까지 설비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수준을 지속해 높여나갈 방침이다.

 철도노조는 복귀했지만 아직 '불씨'는 남았다. 성과연봉제 도입, 파업 조합원에 대한 징계 등 문제다.

 홍 사장은 “성과연봉제는 앞서 누차 밝혀왔듯 개인이 아닌 소속 중심 평가를 할 것이다. 따라서 줄 세우기나 저성과자 퇴출 문제는 전혀 없다”고 다시 확인했다. 다만 “(철도노조가 법원에 관련 가처분을 신청한 만큼)사법부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징계 문제에 관해서는 “열차 운행 정상화가 우선이다. 노조가 복귀하는 시점에서 징계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파업 기간 ‘우군’이 돼준 기간제 직원들에 대해 홍 사장은 “그분들이야말로 굉장히 고마운 분들”이라면서 “바로 그만두게 하지 않겠다. 좀 더 교육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철도노조의 파업 재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 사장은 “코레일과 철도노조 중 누가 더 국민을 위해 서비스하려는 것인지가 이번 철도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면서 “코레일은 앞으로도 국민의 진정한 발이 되겠다. 불편을 감내해준 국민께 죄송하고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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