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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역사…'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등록 2016-12-16 10: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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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우리는 문학을 비판할 수 있다. "결론 내리는 건 독자의 몫"이라는 보들레르의 말처럼 작가가 문학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독자 역시 그 작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한 검열은 다른 문제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잣대를 들이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작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검열의 칼날을 얼마나 많이 휘둘렀는지를 통해 당시 사회의 경직성과 보수성을 가늠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금서목록,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 히틀러의 분서 만행 등 사회질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 수많은 책이 찢기고 불태워졌으며 작가는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목숨을 잃었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해가 될 만한 새로운 가치와 사상의 싹을 없애려 했다. 금서 조치는 그들이 가장 손쉽게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통제 수단이었다.

 이가운데 우수도서 보급·선정 과정에서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제의 도서를 배제하고, 9437명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해당 인사에게 불이익을 주고, 예술의 다양성과 활성화를 위해 쓰여야 할 정부지원금을 오히려 예술을 길들이는 데 사용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퇴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들은 수많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펜을 무기 삼아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사회 갈등을 풍자하고 악행과 부조리를 고발해왔다. 살만 루슈디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은 그것을 쓰지 않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고, 에밀 졸라는 "내게는 그 어떤 것도 말할 권리가 있고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라고 했다.

 책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는 기원전 410년 '리시스트라타'부터 1988년 발표된 '악마의 시'까지, 문학의 역사에서 자행된 이른바 문화 방화 사건들을 당시 작가 및 주변 인물들이 남긴 기록과 풍부한 원문 인용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중국 작가 주쯔이는 책을 통해 금서로 지정된 이유를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 풍기문란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어떤 책이,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로 금서로 지정됐고,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소개한다. 또 사드, 푸시킨, 톨스토이 등 금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작가들의 전체적인 작품 활동과 생애를 살펴본다. 허유영 옮김, 464쪽, 1만6800원,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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