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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00일]'특혜' 줄었지만…음식·주점 종사자 실업은 늘어

등록 2017-01-04 15: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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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퇴근했지만 청사와 인접해 있는 식당가는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0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5일 시행 100일을 맞는다. '갑'에 대한 접대와 특혜가 줄면서 '을'들의 부담이 줄었지만, 고용은 김영란법으로 크게 위축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음식점과 주점 등의 매출이 급전직하하면서 종사자들의 실업도 줄을 이었다.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음식점·주점업 종사자는 93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만여 명 줄었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7년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음식점과 주점 업주들은 김영란법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종업원들을 줄이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조사해 최근 발표한 '국내 외식업 연말 특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외식업체 709곳의 12월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6% 감소했다.

 매출 하락세는 지난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 후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12월 들어서는 10~11월보다도 13.8% 떨어졌다.

 예년같으면 송년회와 회식 등으로 음식점과 주점 등이 문전성시를 이뤘을테지만 올해는 저성장과 최순실파동, 김영란법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연말특수가 실종됐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던 50대 A씨는 "최근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그만나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서울 명동의 한 한우 음식점 사장 B씨 역시 "인원을 줄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봤지만 매출이 워낙 줄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을 지키려다가는 가게가 망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신사동에서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는 50대 C씨 역시 "김영란법 시행 직후부터 매출이 반토막났고, 룸 예약도 거의 없다시피하다"며 "업종을 바꾸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오피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음식업과 주점업 종사자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란법과 최근의 집밥 트렌드 등이 겹치며 업무성 회식이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식, 한식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반면 마트, 편의점 등의 매출이 늘고 있어 외식인구 자체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음식업과 주점업 등의 경영 부진으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은 대부분 식당에서 서빙, 주방일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층'"이라며 "김영란법이 저소득층을 절벽으로 밀어내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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