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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 현실화…김영란법 개정되나

등록 2017-01-16 11:00:00   최종수정 2017-01-16 14: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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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화훼 주문 및 유통이 줄어드는 등 원예 농가와 화훼단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단지의 모습이다.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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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가격을 2만9900원으로 낮추고 싶어도 장어·복·소고기 등 원가가 높은 식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은 업종을 전환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서울 충무로에서 장어집을 운영하는 A씨가 한 말이다. 그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점심 시간에 식당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해당 식당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점심 특선 메뉴를 개발, 손님에게 판매를 하고 있다. 가격은 2만9000원에 맞췄다.

 그런데도 왠일인지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손님은 이전과 비교해 30%에도 못미친다는 것이 업주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A씨는 “원재료의 단가가 높은 식품을 판매하는 식당은 김영란법에 맞추기 위해 양을 줄일 수 밖에 없었고 예전에 제공했던 양을 알던 손님들이 실망감에 발길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직격탄은 골프장업계, 화훼업계에도 날아갔다.

 골프장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국의 500여개 골프장(18홀 환산기준) 이용객은 전년 대비 5~7% 줄었다. 꽃 농가들은 경·조사 화환은 물론이고 승진 축하 등을 위해 전했던 축하 난도 사실상 전할 수 없어 큰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특수는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예년의 경우 12월 초가 되면 대형식당과 호텔 연회장 등의 송년회 예약이 대부분 찼는데, 지난해는 예약률이 20~30%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 A씨는 “예년만 해도 12월이 되면 광화문, 종로, 명동, 여의도, 홍대 등에서는 심야시간에 술에 취해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쏟아졌는데 최근에는 밤에 택시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어려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꽃시장 매출 반토막으로 줄어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절벽은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화훼업계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화훼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화훼업계 총매출액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됐으나 지난해는 7000억원대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 응답자 중 84.1%는 2015년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선물 상한액이 5만원으로 규정됨에 따라 올해 설 선물세트도 수입품으로 상당 부분 대체되면서 농축산어민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소상공인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영향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개 업체 중 7개 업체가 ‘법 시행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경영 어려움 여부에 대해 69.7%의 업체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중 70.8%의 업체는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소상공인들 “설 명절 예외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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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지난 29일 발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3.5%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였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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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3·5·10’이 심각한 소비 위축과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만큼 금액기준 상향 등 대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농수축산, 화훼업, 유통업에 미치는 타격이 큰데다 음식점·주점 등이 활기를 잃으며 월 3만명씩 고용이 줄어드는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상공인들은 김영란법에 명시돼 있는 ‘3·5·10 규제’를 보다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한편 김영란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수축산 업계 및 화훼 농가를 위해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예외적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김영란법에 명시 돼 있는 3만원이라는 상한선으로 인해 요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졌다”며 “3만원을 5만원까지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선물 상한선액으로 정해져 있는 5만원에 대해서는 “5만원으로 국산 소고기 등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라며 “김영란법에서 정한 상한선으로 인해 수입산 농축산물을 선물하는 사람들만 늘어나고 국산 농수축산 업계는 한숨만 쉬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금액으로 10만원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된다”며 “국민권익위가 시행령 개정에 60일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소상공인들이 망하고 난 뒤 김영란법을 고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설 명절은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적기인데 이 같은 기회를 놓친 뒤 소상공인을 위한 예산을 쏟아붓지 말고 이번 설 명절에는 예외적용을 해야 한다”며 “타임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개정 논의 순탄치않아

 김영란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김영란법 시행령 수정검토를 지시했고,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시행령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화훼업, 요식업, 축산업 등의 타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상의 ‘3·5·10’만원(음식물접대·선물·경조사비 상한선)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5·10·10’ 또는 ‘10·10·10’까지 거론된다.

 지난 5일 업무보고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식대 3만원 조항 현실화 ▲명절선물 예외 적용 ▲화훼와 경조사비의 분리 필요성(현재는 화훼ㆍ경조사비 포함해 10만원 상한) 등을 제안했다.

 정부가 KDI의 건의를 받아들일 경우 현행 3만원인 접대 식사비의 상한선이 올라가고 5만원인 선물 한도는 설·추석 기간에 한해 경조사비 상한선(10만원) 수준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화훼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화환 등을 10만원으로 제한된 경조사비와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과 가축전염병으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축산농가에 대한 예외규정 적용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실태 조사, 여론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권익위와 본격적인 시행령 개정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권익위원회가 개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개정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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