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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의 포토에세이]대한민국의 장인을 만나다, '악기장' 고흥곤

등록 2017-02-08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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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 악기장(현악기) 고흥곤 보유자가 자신의 공방에서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고흥곤(高興坤·66) 선생님은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입니다.

 악기장은 현악기, 편경·편종, 북메우기 등 3가지 장인으로 나뉩니다. 그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양금 등 전통 현악기를 만드는 현악기 장인입니다.

 공방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가야금을 만들고 계십니다.

 가야금은 길고 넓적한 몸통 위에 안족(雁足·기러기발)을 놓고 열두 줄을 얹은 현악기입니다. 나룻배 모양으로 속을 파낸 풍류가야금(법금·法琴: 정악가야금 등으로도 불림)과 앞판과 뒤판을 따로 만드는 산조가야금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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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 악기장(현악기) 고흥곤 보유자가 자신의 공방에서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부들을 잡아 매듭을 짓는 모습.  [email protected]
 특히 통나무 하나를 파내 몸통으로 만드는 풍류가야금을 만들 수 있는 분은 선생님이 유일합니다.

 가야금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나무 고르기, 나무 건조하기, 건조된 나무로 몸통 만들기, 명주실로 현(絃) 제작하기, 줄 걸기, 조율하기 등으로 나뉩니다.

 나무는 30년 이상 된 조선 오동나무 중 지름이 30㎝ 이상 되고 나이테가 촘촘한 것을 선별합니다. 이 나무를 5년 이상 비, 바람, 눈을 맞히고 햇볕을 쬐가며 자연 건조해 재료의 섬유질을 삭힙니다. 사계절을 몇 차례 견디는 사이 썩거나 뒤틀린 나무는 버리고 잘 삭은 나무 중 울림이 좋은 것을 골라 깎고 인두질해 몸통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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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 악기장(현악기) 고흥곤 보유자가 자신의 공방에서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줄은 옷 만드는 명주실보다 훨씬 굵은 누에고치 50개분에서 나온 실을 합사한 ‘150중 생사’를 사용합니다. 열두 줄은 굵기가 모두 다른데 가장 굵은 줄(1현)은 가장 낮은 소리를, 가장 얇은 줄(12현)은 가장 높은 소리를 냅니다. 필요한 줄 굵기에 따라 150중 생사 10올 정도를 몇 가닥씩 꼬아 만듭니다.

 가야금 앞면에는 순금가루로 전통문양인 애초 문양 속에 봉황을 그린 금니화를 넣어 ‘귀족 악기’로서의 품위를 나타냅니다.

 여기에 면사(綿絲)를 꼬아 만든 ‘부들’을 양이두(풍류가야금) 혹은 봉미(산조가야금)의 열두 구멍에 각각 끼워 현과 부들을 잇는 ‘학슬’에 연결하고 반대쪽은 매듭을 짓습니다. 가야금의 12줄은 뒤판에 연결된 줄감개인 돌괘로 고정합니다. 돌괘로 미세한 음정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줄을 고정하고 안족 12개를 끼워 조율하면 가야금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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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 악기장(현악기) 고흥곤 보유자가 자신의 공방에서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음계를 확인하는 모습.  [email protected]
 선생님은 어린 시절 최초의 악기장 보유자인 고 김광주(1906∼1985) 선생님과 아래윗집에 살며 현악기를 만드는 과정을 접했습니다. 스무 살 때인 1970년 고인의 권유로 상경, 1972년 입대 전까지 그의 공방에서 악기 제작 기능을 전수했습니다. 제대 후 종로구 숭인동에 자신의 공방을 차리고 1984년 고인이 작고하실 때까지 지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악기 제작에 매진, 1997년 3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국가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는 1985년 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1990년 전승공예대전 문화부장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합니다. 악기는 이탈리아 로마, 벨기에 박물관에 영구 전시돼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행사에서 전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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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 악기장(현악기) 고흥곤 보유자가 자신의 공방에서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부들을 잡아 매듭을 짓는 모습.  [email protected]
 “인간문화재 악기장이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생님은 완벽한 소리를 구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올해는 그가 현악기를 만들기 시작한 지 47년, 보유자로 인증받은 지 20년이 되는 해 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선생님은 국악 공연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공부합니다. 이것이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세지웅(一世之雄)의 인간문화재이지만,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여조삭비(如鳥數飛)’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우리 국악이 현재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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