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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 문재인 '7부능선' 넘었나

등록 2017-02-02 06:20:00   최종수정 2017-02-07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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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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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사퇴로 '대세론' 굳어져
 반 전 총장 부재로 보수 결집 쉽지 않아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시 위기올수도

【서울=뉴시스】윤다빈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한층 공고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문 전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일단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사퇴했기에 문 전 대표와 타 후보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자연스럽게 대세론이 강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인해 문 전 대표가 그간 걱정해왔던 이른바 '비문 연대'의 현실화가 쉽지 않아졌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지지율 2위를 달렸던 반 전 총장이 중심에 서서 좌측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우측에 유승민 의원을 위시한 바른정당과 새누리당마저 도열하는 상태로 대선을 치르는 게 가장 우려됐었다.

 하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반 전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비문 연대의 동력이 급속도로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문 전 대표 진영에서 반기는 것도 이 부분이다.

 덩달아 보수 진영의 결집도 쉽지 않아졌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모두 반 전 총장을 중심에 놓고 정계개편을 추진한만큼 그의 부재는 보수 연대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빠진데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연결할 수 있는 결정적 고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반 전 총장이 중도 사퇴를 선언하자 지지율도 크게 요동쳤지만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별반 손해를 보지 않는 구도로 작용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지지층의 일부가 문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기 때문이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반 전 총장 지지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20.4%)에 이어 문 전 대표(11.1%)에게 가장 많이 옮긴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 참조하면 된다.

 문 전 대표측도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전략을 담당하는 전병헌 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저지막이 무너진만큼 대세론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임종석 전 의원 역시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안정감, 경륜을 보고 반 전 총장을 지지하신 분들은 반 전 총장이 빠지고 나면 제일 안정감 있고 준비된 후보로 문재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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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전 참석자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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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루빨리 국정이 안정되고 경제와 민생이 예측 가능하길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다시 보지 않겠냐"며 "실제로 여론조사 '로 데이터(Raw Data)'를 보면 문 후보를 지지를 하지 않는 층에서도 안정감이나 준비된 후보를 묻는 항목에서는 문 후보를 꼽는 응답이 꽤 나온다"고 기대섞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당장 황 권한대행이 보수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황 대행은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결집 중인 이른바 '태극기 집회' 세력을 비롯한 강경 보수세력에게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긴급하게 실시된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1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물론 황 대행은 박근혜정부의 공동 책임론과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에 출마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와 관련 "황 대행은 중도지지층은 전혀 흡수할 수 없는 후보이기 때문에 당선가능성이 0%"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이 결집하면서 유승민 의원이 주창하는 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흩어졌던 보수층이 재결집할 수도 있고, 반 전 총장에게 가 있던 지지층도 보수 단일 후보로 쏠릴 수도 있다. 아직 대선 시기가 적잖이 남았기에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선 또 다른 고비도 존재한다. 비록 반 전 총장은 빠졌지만 국민의당을 비롯해 제3지대에 있는 나머지 후보들이 한 데 모이는 '빅텐트' 구성이 현실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이 연대를 성사시켜 문 전 대표와의 1대1 구도를 만든다면 문 전 대표가 타격을 받을 여지가 크다. 여기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가세하면 비문 연대의 동력은 더욱 커진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강연에서 야권연대 및 야권공동정부 구상에 대해 "저와 우리당은 (야권)연대, 공동정부의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의에 힘을 모으는 야권세력들은 국정운영하는데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 뒤, "정권교체의 대의에 동감하는 야권정당과 야권정치인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측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 따른 여론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병헌 전 의원은 새로운 판이 짜인만큼 이에 대한 대응도 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하여튼 더욱더 문재인 후보의 책임이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임 전 의원도 "무엇보다 문 전 대표가 좀더 안정감 있고 준비된 면모를 더 보임으로써 반 전 총장이 사퇴하는데 상실감을 가진 분들의 마음을 얻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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