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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의 포토에세이]60년 연인(鳶人)-초양(抄洋) 리기태 연 명장

등록 2017-02-19 08: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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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 리기태 명장(67.한국연협회 회장)을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방에서 만났다. 손에 든 연은 리 명장이 만든 '우롱이'다. 옛 우리 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리 명장은 체면만을 중시하며 허세부리는 양반들의 얼굴을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표현한 '우롱이'를 애착이 가는 연으로 꼽았다.  [email protected]
"연과 함께하면 하늘이 다 내 것인데 무엇이 부럽겠습니까"
-연과 함께한 60년, 연 명장 초양(抄洋) 리기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 리기태(67·한국연협회 회장) 명장. 그는 국내 유일 전통 연 원형기법 보유자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연을 만들고, 날릴 수 있는 방패연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북촌의 터줏대감인 그의 호는 ‘초양(抄洋)’입니다. 대나무로 오대양을 다스리라는 뜻입니다. 그는 댓살을 배가 부르지 않게 평평하게 만들어도 연이 잘 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이 방법에 자신의 호를 붙였습니다. 그가 고안한 방법대로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연을 만들고 날릴 수 있습니다. 반평생 넘게 연과 함께 지내온 명장만이 일궈낼 수 있는 집념입니다.

 그는 6.25전쟁 중 서울 청계천 무교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처음 연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그가 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쩌면 집안 내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조선시대 후기의 방패연 원형기법을 보유한 1대 스승이자 조부인 이천석, 2대 스승인 부친 가산(佳山) 이용안 선생으로부터 대대로 이어 내려온 원형기법을 전수받았습니다.

 리 명장의 조부와 부친께서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 연을 구현한 명인이셨습니다. 두 분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등짐에 연을 꽁꽁 숨겨 산과 들로 다니며 하늘 높이 연을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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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 리기태 명장(67.한국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방에서 연을 제작하고 있다. 리기태 명장의 공방은 북촌한옥마을 한쪽에 위치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연 제작 체험을 하거나 전시된 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mail protected]
 당시만 해도 연을 날리는 건 순사(巡査)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잡히면 지독한 고문을 감내하고, 목숨마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민족의 울분을 토해내고, 해방을 열망하는 마음을 담아 연을 날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전통문화가 명장까지 이어졌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6·25전쟁 때문에 서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한강다리도 끊어지고, 놀이라고는 기껏 해봐야 썰매타기, 자치기, 팽이치기, 사방치기, 연날리기 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좋아했던 놀이가 연날리기였어요.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연을 통해 충족했습니다. 그때부터 연이 좋았습니다.”

 그는 전통연에 대한 애정을 한마디 표현했다. 

 “연과 함께하면 하늘이 다 내 것입니다. 무엇이 부럽겠습니까?”

 그가 만든 초양법은 정부와 학교,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외국에서도 이를 배우고 만들어 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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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 리기태 명장(67.한국연협회 회장)을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방에서 만났다. 리기태 명장의 공방은 북촌한옥마을 한쪽에 위치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연 제작 체험을 하거나 전시된 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mail protected]
 또 그는 영국의 왕립식물원(U.K Royal Botanic Gardens, Kew)에 훼손된 채 소장된 1888년 조선시대 한성인이 만든 ‘서울연’을 2011년 원형 복원했습니다. 원형은 영국에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재현품은 서울시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내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인 ‘리기태 전통연 공방’에 전시돼 있습니다. 

 그는 연을 만들기 전 언제나 목욕재계(沐浴齋戒)합니다. 그리고 주로 조용한 밤과 새벽시간을 이용해 연을 만듭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연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연을 만들 때는 이틀간 잠 한숨 못자기도 합니다. 그는 오롯이 연을 위해 사는 삶을 살았습니다. 명장의 삶이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한 명장과 연의 인연이 이렇듯 길고 질깁니다.

 현역 시인 중 최고령인 후백 황금찬(100)은 그를 위해 시를 남겼습니다.

 ‘연을 날리며’

 구름의 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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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 리기태 명장(67.한국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방에서 연을 제작하고 있다. 손에 든 것은 대나무살이다. 리기태 명장의 공방은 북촌한옥마을 한쪽에 위치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연 제작 체험을 하거나 전시된 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mail protected]
 리 기 태
 그의 연실과 얼레를 보라

 날려보내라
 모든 불행을 연에 실어
 끝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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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마지막 남은 조선시대 유일의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 리기태 명장(67.한국연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방에서 연을 제작하고 있다. 오른쪽은 리 명장이 만든 연 '우롱이'다. 옛 우리 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리 명장은 체면만을 중시하며 허세부리는 양반들의 얼굴을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표현한 '우롱이'를 애착이 가는 연으로 꼽았다.  [email protected]
 하늘 위에 피어나는
 우리들의 내일을

 내일의 병든 구름을
 실어가라
 그리고 청징한 우리들의 하늘을
 연이여 실어오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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