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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없애는 강남 재건축 단지…이기주의 '논란'

등록 2017-02-09 08:56:12   최종수정 2017-02-13 10: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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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에 잠실주공 5단지 매물 안내판이 붙어 있다.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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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최근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성 강화를 위해 임대주택을 빼는 대신 기부채납(공공기여)을 늘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서울시가 주거 환경 개선과 서민 주거 복지를 위해 공공 임대 주택을 늘리고 있는 만큼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과 정부와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임대주택을 짓지 않고 기부채납을 통해 용적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최초 계획안에는 525가구가 임대아파트로 들어가게 돼 있었다. 하지만 단지 내 신천 초등학교 부지를 비롯해 한강과 석촌 호수를 잇는 가교, 공원, 문화시설 등을 기부채납 하기로 하면서 굳이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각 유관 부서에서 다양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다보니 기부채납비율이 22%에 달하게 됐다"면서 "인근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경우 보통 15%인데 7%나 많아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용적률을 채우게 됐다"고 전했다.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강남구의 서초 신동아 1·2차 아파트도 임대주택을 빼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곳 역시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함에 따라 기부채납이 늘어난 만큼 임대주택을 넣지 않고도 법적상한 용적률인 299%가 적용이 가능해 임대주택을 계획안에서 제외했다. 

 재건축의 경우 기부채납을 하거나 임대주택을 지으면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거 10년 전에는 정부가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일정분을 임대아파트로 짓도록 의무화했지만 현재는 법이 바뀌어 의무사항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를 넣지 않고 기부채납만 하면 보통 용적률이 250% 정도만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조합원들이 용적률을 상한선인 300%까지 끌어올리길 원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포함시켜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기부채납비율을 높이면서 임대주택을 제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적은 있지만 강남에서 임대주택을 제외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조합 측에서는 일부러 임대주택을 빼는 것이 아니라 정부 측에서 기부채납을 많이 요구하고 있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김상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 자문단장은 "서울시에서는 기부채납을 줄이고 임대주택을 넣으라고 하지만 정부의 유관 부서에서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다보니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다"면서 "우리도 정부가 기부채납을 줄여주면 임대아파트를 넣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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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잠실 5단지 주공아파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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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인 이유는 이렇지만 실제 조합의 속내는 다르다. 임대주택이 빠진 만큼 일반 분양 세대수를 늘릴 수 있어 분양 시 사업성이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공사 부담금이 줄고 혜택도 늘어나기 때문에 공공임대를 없애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잠실주공5단지의 한 조합원은 "강남권 입주민 중에서 단지에 임대아파트를 넣는 것을 좋아하는 조합원들이 어디 있겠느냐"라면서 "최고 층수 50층도 35층으로 낮출 수 있지만 임대주택만은 안 된다는 강경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아파트를 분양 받은 입주민과 임대주택 입주민간의 갈등도 임대주택을 없애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분양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임대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경제적 격차가 크다보니 일부 고소득층 학부모들의 경우 임대 주택 입주민 자녀와 같은 학군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재건축 단지 내 임대주택은 시세의 80% 수준의 보증금으로 거주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가 주를 이룬다. 이에 주로 중산층이 입주함에도 여전히 일부 강남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안에 무주택 서민층을 위한 국민임대(30년 임대)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공공임대)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조합의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한 상황이라 사실상 강남의 경우는 국민임대와 행복주택을 포함시킬 단지는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임대주택을 제외한 상태로 사업을 추진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들 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한번 선례를 만들면 향후 재건축 단지들도 다들 임대주택을 사업 계획안에서 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공공 임대주택이 적다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기부채납만으로 용적률을 올리는 방식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둔촌주공 역시 결국엔 임대주택 1000가구를 사업계획에 포함시키면서 백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공공임대를 단지에 넣는 것을 권장하는 만큼 조합 측과 의견을 좁혀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 과장은 "시에서도 무조건 공공 임대를 넣으라는 것은 아니고 단지 내에 기반 시설은 적당한지, 소셜 믹스 차원에서 임대 계획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공공임대주택은 서울시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만큼 계획안을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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