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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과학 못지 않은 놀이와 쾌락…'원더랜드'

등록 2017-02-11 19:21:04   최종수정 2017-02-20 1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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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책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를 통해 혁신과 아이디어의 역사를 과학기술과 접목해 흥미롭게 풀어낸 스티븐 존슨이 책 '원더랜드'에서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온 놀이와 경이, 그 희열의 역사에 주목한다.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된 역사관과 문명관에 익숙한 우리는, 놀이와 쾌락이 삶과 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간과한다. 첨단 과학기술 발명가나 정치 혁명가들을 존경하듯 놀이공간과 장난감과 쾌락의 도구를 만든 이들도 칭송받아야 마땅하다고 존슨은 강조한다.

 뼈로 만든 피리·커피·후추·파노라마·옥양목·주사위 게임 등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 사물들은 모두 세상을 놀라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체험·맛·촉감·소리, 새롭고 놀라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 안의 본성은 이들을 통한 보상을 즐긴다.

 놀이가 지닌 더 놀라운 혁신의 힘은 생물학적 욕구와 무관한 새로운 문화적 제도와 관행, 시설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늘 새로운 체험을 갈구하는 놀라움을 지향하는 우리 본능에 이미 '혁신'이라는 잠재력이 깃들어 있다. 새롭고 사소한 것들은 당장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공간과 장치들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명을 추구할 발판으로 만든다.

 커피 맛은 근대 언론 기관 탄생에 도움을 줬다. 우아하게 장식된 포목점이 산업혁명을 촉발했다. 서민의 사소한 즐거움에 불과했던 움직이는 장난감은 어느새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인류 문명을 증진하고 있다. '원더랜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역사·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풍부한 사례와 연구·문헌·영감이 넘치는 사고 전환과 거침없는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인류가 삶에서 누리는 사소한 쾌락과 즐거움을 통해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미래 사회 또한 영향을 받으며 달라진다. 현대문명은 심심풀이에 불과했던 놀이와 장난감이 일궈낸 놀라운 결과물이다. 놀라움과 재미는 인류에게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과 문명의 뼈대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홍지수 옮김, 444쪽, 1만6000원, 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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