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재' 부른 안전불감증②]집안·차·거리…곳곳에 깔린 '함정'

등록 2017-02-21 09: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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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8일 오전 6시10분께부터 20분 사이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 무안 방향 38km 지점인 황룡강교에서 차량 22대가 시간 차를 두고 연이어 부딪히는 사고가 나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이날 전남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5지구대 경찰관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전남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5지구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사소한 부주의나 안전 수칙 위반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온 사회가 들끓는다. 이럴 때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이 '안전 불감증'이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을 꼭 공사 현장이나 교통, 상업 시설 관계자의 문제만으로 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일반 국민도 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안전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2000년 전 세계에서 개봉한 할리우드 공포영화 '데스티네이션'(감독 제임스 왕). 색다른 발상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호평을 들으며 크게 흥행해 5편까지 선보인 시리즈 영화다.

 이 영화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다가오는 죽음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었던 진짜 교훈은 우리 곁의 정말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안전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지다.

 영화에서 우리 곁의 모든 것이 그야말로 갖가지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로 생생하게 그려지는 탓 또는 덕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라면 누구나 운전 중 커피 한 잔 정도는 손쉽게 마신다. 그러나 그 커피가 차에 쏟아진다면…. 그 순간 운전자가 한눈을 파는 것이 얼마나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이 한동안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일상생활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이는 곧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 함께 꼽아본 생활 속 안전 불감증 요소들이다.

 ◇아기 안은 채 자동차를 타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반드시 전용 카시트에 눕히거나 앉혀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기가 찡얼댄다는 이유로 아기를 안고 탄다. 심지어 아기를 안은 채 운전하는 사람도 왕왕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유사시 아기를 에어백으로 사용하게 된다. 즉, 아기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차 안에 풀어놓으면

 최근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을 차에 태워 이동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반려동물을 차에 태운다면 이동용 케이지에 넣어야 하지만, 이동용 케이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있다 해도 반려동물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차 안에 풀어놓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차를 타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차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기 쉽다. 이를 신경 쓰다 보면 안전 운전을 하기 힘들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운전 중인 주인에게 의지하기 위해 안기는 경우 반려동물은 아무런 죄가 없지만, 운전자는 교통법규 위반을 넘어 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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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강종민 기자 = 21일 오후 경기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크레인을 동원해 철재 덮개를 지탱하던 지지대에 대한 하중실험을 한 뒤 파손된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2014.10.21  [email protected]
 ◇드럼세탁기 문을 열어놓으면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간간이 일어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호기심에 문이 열린 드럼세탁기 안에 들어갔다 문이 닫혀 나오지 못한 채 울다 지쳐 탈진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되면 질식사하는 일도 벌어진다.

 ◇젖은 손으로 헤어드라이어를 만지면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샤워하거나 머리를 감은 뒤 물기가 있는 손으로 헤어드라이어를 만지거나 전등 스위치를 켜는 일이다. 가정용 220V 전압으로도 충분히 감전 사망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전봇대를 품에 안으면

 요즘은 한국전력이 도심에서 전선 지중화 작업을 많이 해 전봇대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그래서일까. 술에 취해 길을 가다 전봇대를 만나면 반갑게 포옹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전봇대는 아름드리나무가 아니다. 전류가 흐르는 위험한 전기 시설물이다. 감전 위험이 있으니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더욱 위험하다.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한다.

 ◇맨홀 뚜껑 위에 올라서면

 전국적으로 맨홀 뚜껑 도난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쇠로 만들어진 맨홀 뚜껑을 고철로 팔아버리기 위해서다. 차가 달리거나 사람이 오가는 도로에서 맨홀 뚜껑이 사라진다면 어떤 사태가 빚어질까.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맨홀 뚜껑을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로 만들어 설치하기도 하는데 이는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맨홀 덮개 소재가 단단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위에 올라서거나 심지어 펄쩍펄쩍 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쇠로 만들었을 때도 뚜껑의 구조, 강도, 하중을 견디는 힘 등에 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안전성 우려가 컸는데 소재까지 달라진다면 더욱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야간이나 빗길에는 뚜껑이 없어진 맨홀을 만나기 쉽고, 겨울철 눈길에는 뚜껑 위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이 또한 조심해야 한다.

 ◇환풍구 덮개 위를 걸으면

 2014년 10월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야외공연 중 이를 잘 보려고 많은 사람이 환풍구 위로 올라갔다 덮개가 붕괴하면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27명이 사상했다. 이 사고는 부실시공과 관리 부실도 문제였지만, 공연을 잘 보겠다며 환풍구 위로 올라간 피해자들의 안전불감증도 한 몫 거들었다. 문제는 노면과 높이 차이가 거의 없는 지하철 환풍구다. 그러다 보니 서울 시내 도로 주변 환풍구 덮개 3분의 2가 인도로 사실상 활용될 정도다. 분명한 것은 환풍구 덮개는 보도가 아니라 환기 시설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사실이다. 즉, 맨홀처럼 구조, 강도, 하중을 견디는 힘 등에 관한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그 위에 올라서가니 걸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특히 여성은 환풍구 덮개 위를 뛰다 하이힐 굽이 덮개에 끼어 다치는 경우도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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