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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씨로 여진과 왜를 제어했다?…'조선 생태환경사'

등록 2017-02-18 09:45:35   최종수정 2017-02-28 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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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생태환경사, 책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고려 말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는 조선의 복식 문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농업 경관과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조선의 외교력까지 극대화하면서 동아시아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려 말까지 비단, 모시, 삼베,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던 사람들은 목화 덕분에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가볍고 질긴 면포로 만든 옷으로 한 해를 따뜻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여인네들은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제작과 관리에 품이 덜 드는 면포 덕분에 옷감 짜고 바느질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기능성에 보존성까지 뛰어난 면포는 빠른 속도로 부의 축적, 부세 수취와 교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더 넓고 크게 만들어진 면포 돛 덕분에 조선의 배는 더 커졌다. 더 많은 짐을 싣고서도 더 민첩하게 항해할 수 있었다. 일본과 여진은 중요한 국가적 자원이 된 조선의 면포를 구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면포는 조선에게 부를 안겨주었고, 여진과 왜구를 제어할 수 있는 외교력의 원천이 되었다.

 면포 수요의 증가는 목화 재배의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한반도 생태환경의 연쇄적 변화를 추동했다. 하삼도의 산림지대 중 목화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은 급속히 밭으로 바뀌었고, 화전 개발을 촉진했다. 이로 인해 밭으로 개간된 산림에서 살아가던 야생동물들은 서식처를 잃게 되었다. 사람과 가축·야생동물 사이의 접촉 증가는 미생물의 생물학적 거래를 유발하여 전염병에 의한 생태적 재앙을 불러오기도 했다.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을 주변 자연환경에서 얻어야 했던 과거 한국인의 여러 활동은 한반도의 생태환경을 크게 변화시켰고, 역으로 변화된 생태환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목화가 불러온 변화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생태환경은 언제, 무슨 이유로, 어떻게 바뀌었을까. 김동진은 '조선의 생태환경사'를 통해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그는 산업화 이전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강력히 규정하고 다른 지역·시기의 사람들과 차별화된 삶을 살아가게 한 생태환경의 제반 특성과 변화 양상에 대해 아직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한국인의 삶이 크게 바뀐 15~19세기 조선시대에 주목한다.

 조선시대 한국인의 여러 활동으로 인해 이전까지 생태환경이 급속한 변화를 겪었고 당대인들 또한 그렇게 변화된 생태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됐다는 것이다. 김동진은 이를 야생동물·가축·농지·산림·미생물·전염병 등 우리를 둘러싼 생태환경 전반을 아우르며 살핀다. 364쪽, 2만원,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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