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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탐구생활③]'베짱이'가 부러운 '개미'의 때늦은 고백

등록 2017-03-07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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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한 번뿐인 인생을 최대한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의 신조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고, 후회 없이 즐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욜로, 정상 궤도를 한참이나 이탈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차곡차곡 쌓인 경험의 궤적은 분명 평범한 누군가와는 다릅니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별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한바탕 즐기는 삶에 대한 한 줌 갈망이 있지만, 선뜻 동참하기에는 망설여집니다. 자본이 정해놓은 시계에 맞춰 부속품처럼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오죽 더 하겠습니까.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늘 그랬듯, 우리 사회는 무언가 다른 삶에 대한 동경과 비난이 교차합니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적금을 깨서라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전·월셋집을 전전하면서도 공들여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욜로족의 삶은 기성세대의 눈에는 아무 대책 없는 '딴따라' 인생, 혹은 '베짱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솔직한 심정을 숨기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며, 먹고사는 일 이외에는 관심 없던 기성세대는 '믿는 구석'도 없이 누구도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길에 스스로 나서겠다는 욜로족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혹자는 누군지도 모를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이 시대 젊은이들의 나태함이나 현실도피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참고 견딘 기성세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백번 양보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도 '5포(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 포기) 세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현실에 대해 반작용이라고 해도, 최소한 노력한 만큼 공정한 기회와 보상이 청춘들에게 주어져야 마땅합니다.

 청춘들과 비슷한 또래의 한 사람은 잘난 부모덕에 별다른 노력 없이 승마 선수가 되고, 수십억 원대 명마(名馬)를 타고, 대학도 가고, 맞춤법이 틀려도,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과제를 제출하더라도 손쉽게 학점을 따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상식이 이례적인 일로 치부되고, 궤도 이탈이 오히려 정상으로 둔갑하는 세상입니다. 청춘들이 무슨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욜로는 무분별한 한탕주의가 아닙니다. 흥청망청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삶과는 구별됩니다.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하고, 현재의 만족을 유보하지 않는다는 게 욜로의 철학입니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로 각설하겠습니다. 열심히 일해 겨울 양식을 넉넉히 마련하는 개미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하염없이 기타를 치며 노닐다 겨울을 맞는 베짱이 이야기입니다. 현재를 즐기는 베짱이는 밤낮없이 일하는 개미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한심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유년시절 철석같이 믿었던, 개미처럼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으로 일하지 않으면, 베짱이처럼 굶어죽는다는 교훈이 이제는 국정교과서에서나 실릴법한 고리타분한 설교처럼 들립니다.

 남들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제 뜻대로 삶을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베짱이' 욜로. 배부르고, 등 따습고, 누릴 게 널렸다고 반드시 행복한 게 아니라는 여느 욜로족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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