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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이유 있는 '2층 KTX' 개발 급가속

등록 2017-03-16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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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층 KTX 예상 모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 지난해 8월 친구 2명과 유럽 여행을 나선 직장인 이모(32·여)씨는 독일 뮌헨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길에 고속열차를 이용했다. 국내 KTX의 아버지뻘인 TGV(테제베)다.

 그런데 국내에서 자주 타던 KTX와 뭔가 달랐다. 2층 열차였던 것. 1층에 좌석을 잡았지만, 2층에 매점과 바가 있어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매점에 가려고 2층으로 올라간 이씨 일행은 한동안 내려올 줄 몰랐다. ‘뷰’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 층 더 올라갔을 뿐인데 유럽의 목가적인 바깥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음에 다시 TGV를 탄다면 반드시 2층 좌석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유럽 28개국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철도 티켓인 ‘유레일 패스’의 지난해 이용자가 약 2만9000명에 달할 정도로 열차를 타고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이 많다. 

 이들에게 특히 인기 높은 유럽 철도 여행 방법이 ‘2층 고속열차’로 잘 알려진 프랑스 국유철도(SNCF)의 ‘TGV-듀플렉스(Duplex)’다. 2층 고속열차는 아직 국내에서는 운행하지 않아 색다른 데다 여행 성수기에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인 TGV 좌석 잡기를 좀 더 쉽게 해주는 덕이다.   

 유럽에서 듀플렉스를 경험한 한국인이 국내에서 설·추석 연휴, 여름 휴가철에 KTX 좌석을 잡으려다 실패하거나 출근 시간대 KTX 입석을 경험한 뒤 공통으로 갖게 되는 의문이 “국내에는 왜 2층 KTX가 없을까?”다. 2층 KTX가 있다면 그만큼 좌석이 늘어나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KTX가 TGV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2층 KTX, 2023년 한국 철길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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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사옥에서 현대로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과 ‘한국형 2층 고속열차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기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홍순만 코레일 사장, 김승탁 현대로템 대표.
 국내에서도 멀지 않은 장래에 2층 KTX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11월11일 현대로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과 ‘한국형 2층 고속열차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시험 차량 설계와 제작을, 철도연은 시험 계측과 주행 안전성 등 평가, 코레일은 시험 차량 시운전 등 각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세 기관은 시험용 차량 2량을 우선 제작해 7월부터 예비 시운전에 들어가 연말까지 시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1년 안에 상용화 수준까지 차량 제작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 제작 기간 60개월을 거쳐 2023년 시속 300㎞급 2층 고속열차를 국내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시속 300㎞급 2층 고속열차는 프랑스 TGV-듀플렉스가 유럽에서 독점적 체계를 구축했다. 1964년 세계 최초 고속철도 신칸센을 선보인 일본도 1985년부터 2층 고속열차를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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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층 KTX 중 1층과 2층 연결 계단.
 코레일 관계자는 “공동연구가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한국도 독자 기술을 보유하게 돼 해외 철도시장에서 프랑스·중국·일본 등 경쟁국과 수주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2층 고속열차, ‘초만원’ KTX 탈출구 될까?

 이미 상용화한 TGV 듀플렉스가 증명하듯 2층 고속열차는 경제성, 수송력 증강, 에너지 효율성 등 여러 방면에서 탁월하다.  

 1981년부터 세계 두 번째로 고속철도를 운행해온 프랑스는 1996년 TGV 듀플렉스를 최초로 도입한 이후 이를 지속해서 늘려왔다. 2007년부터는 아예 2층 고속열차만 사고 있다. 그 결과 듀플렉스는 지난해 8월 기준 TGV 전체 428대 중 약 150대를 차지한다.

 최근 ‘한-불 철도차량 부품 공급업체 박람회’ 참석을 위해 내한한 SNCF 차량 본부 구매처 마졸룸 얀 전략부장은 뉴시스에 “SNCF는 앞으로 15~20년 이내에 TGV를 모두 듀플렉스로 교체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얀 부장은 “듀플렉스 운영의 주목적은 경제적 측면에서 더 많은 승객을 태워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듀플렉스 도입 전에는 (TGV 좌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듀플렉스를 도입하면서 그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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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층 KTX 중 1층 실내 예상.
 코레일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층 KTX를 운행하면 10량 편성 열차 1대당 좌석 공급량이 기존 KTX-산천보다 약 4배(363→1404석) 증가한다. TGV를 토대로 제작한 KTX-1보다도 50% 이상(931→1404석) 늘어난다. 2층 KTX 1대가 국내선 항공기(A380-300 기준 276석) 5대, 우등 고속버스(28석) 50대 등과 같은 수송력을 갖는 셈이다.

 이를 공급량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2층 고속열차 운행 시 128대(중련 열차 기준)로 현재 운행하는 KTX 269대와 동일한 좌석 수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선로 용량 한계 극복과 만성적인 좌석 부족 현상 해소가 가능해진다.

 특히, 선로 용량 한계로 열차를 더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 단위 민자 유치나 정부 투자가 필요한 신규 고속선 건설보다 기존 노선에 2층 고속열차를 운행하는 것이 국가 재정을 절감할 경제적인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철도 운행이 집중하는 수도권·경부선 선로 용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송~평택 간 신규 고속선을 약 4조원 규모 민자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2층 고속열차를 도입하면 이런 대규모 투자 없이도 선로 포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층 고속열차는 더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수송하는 만큼 승객당 단위 원가가 감소해 운임 인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민자를 유치해 철로를 건설하는 경우 운임이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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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층 KTX 중 2층 실내 예상.
 에너지 등 비용 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기업 코레일의 경영 개선에 도움을 준다, 환경 측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없나?

 쉽게 생각하기에 2차 고속열차가 1층 고속열차보다 높아 전국의 터널을 지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 철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발 예정인 한국형 2층 고속열차는 최대 높이를 전차선(약 5.08m)·터널(약 5.15m) 등 기존 철도 시설물보다 낮은 약 4.41m로 책정해 충분히 운행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2층 고속열차를 도입하면 타고 내리는 시간이 길어져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철도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하는 한국형 2층 고속열차는 승강문 넓이를 33% 넓혀 두 사람이 동시에 타고 내릴 수 있게 하고, 출입구 높이를 낮춰 계단 없이 바로 타고 내리는 ‘평면 승차’ 설계를 채택해 열차 정차시간도 현재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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