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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포퓰리즘, '두려움의 정치' 전략에 역으로 당했다

등록 2017-03-17 11: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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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두려움의 정치'를 조장해 세력 확대를 꾀한 자신들 전략에 역으로 당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전날 네덜란드 총선에서 집권 자유민주당(VVD)에게 승리를 안겨준 요인은 유럽의 자유주의 진영이 그토록 우려하던 '두려움의 정치'였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정치 기득권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안보 위기, 경기 침체 등 두려움을 자극하는 정치가 횡횡하고 있다고 걱정해 왔다.

 네덜란드 총선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의 길을 따를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됐다. 유권자들은 극우 자유당(VDD)의 약진을 저지하며 "싫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극우 정당이 주장하는 이슬람과 대량이민, 세계화의 문제점보다 인종차별 심화, EU 와해 가능성 등에 대해 더 큰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EU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지만 사실상 유럽인 대다수가 EU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반 EU 정서가 확산됐지만 정작 선거 결과는 '친 유럽'이었다.

 극우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두려움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의 예상 투표율은 약 81%로 3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높은 투표율은 주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작년 12월 오스트리아 대선의 경우 투표율이 75%를 찍었다. 개표 부정 논란으로 재투표를 진행한 데다 성탄절 연휴까지 겹쳤지만 유권자들은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높은 투표율은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중도 좌파인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극우 후보인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주요 원인은 흑인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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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선 투표율이 72%로 꽤 높았다. 하지만 탈퇴 찬성파들 사이 투표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또 65세 이상 고령층이 투표소로 쏟아져 나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네덜란드 총선은 EU 자유주의 진영에 투표 참여의 힘을 강조하고 유럽의 이상향을 계속 수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이 매체는 일각에선 국가 간 정치 전염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한 나라에서 포퓰리즘 진영의 승리 혹은 패배가 이웃나라에까지 의미있는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90년대 후반 극우 세력이 득세했지만 당시 다른 유럽국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시리아, 포데모스 등의 돌풍도 '반짝' 인기에 불과했다.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네덜란드 극우 자유당(PVV)의 경우 2006년부터 의회를 기웃거렸고 2010년 총선에선 오히려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PVV가 승리했다면 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EU가 또 다른 곤경에 처했겠지만 반대 결과가 나온 만큼 오는 25일 '로마조약 60주년' 기념을 위한 EU 정상회의 분위기는 밝을 전망이다.

 이제 EU의 눈은 4~5월 프랑스 대선으로 쏠리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한풀 꺾인 극우 포퓰리즘 열풍이 프랑스에서 패배를 이어갈 지 다시 기세를 올릴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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