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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실패작 '마이 리틀 히어로' 감독과 주연배우의 성공기

등록 2017-04-18 16: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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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프리즌'의 두 주인공. 김래원(왼쪽)과 한석규.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허세와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음악 감독 '유일한'(김래원). 한때는 촉망 받던 뮤지컬 감독이었지만, 연출한 대형 작품이 망해버리면서 아무도 찾는 이 없게 됐다.

 아동 뮤지컬 업계를 전전하며 재기를 꿈꾸던 그에게 '꿈의 무대'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유일한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영광'(지대한)과 팀을 이루게 된다.

 노래 실력을 제외하고는 비주얼, 춤 실력, 백, 어느 하나 다른 참가자보다 잘난 것 없는 영광이다. 심지어 '조선의 왕, 정조'의 주연 배우를 뽑는 오디션에 얼굴색까지 다르다. 영광이는 바로 다문화 어린이인 것.

 일한은 그런 영광이가 못내 탐탁지 않지만, 1등을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드트레이닝을 시킨다.

 일한의 막무가내식 트레이닝에도 영광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도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개봉했던 '마이 리틀 히어로'의 줄거리다.

 2011년 SBS TV 인기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주인공 김래원이 주연을 맡고, 당시 대중문화계 인기 코드인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 뮤지컬 장르 등을 채택해 기대를 모았으나 약 19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퇴장했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실제 다문화가정 어린이인 지대한을 캐스팅하는 등 '이슈성'도 충분했으나 뉴스 소재에 그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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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공조' 촬영 중 대화를 나누는 김성훈(오른쪽) 감독과 주연배우 현빈.
 당시 그 '착한 영화'의 메시지에 반해 내심 흥행을 바라며 응원했던 기자 역시 참담한 심경이었다. 그리고 주연배우 김래원과 연출자 김성훈 감독이 다음에는 반드시 흥하기를 염원했다.  

 2년 뒤인 2015년 1월 김래원은 이민호와 주연한 '강남 1970'(감독 유하)으로 219만 관객을 모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한계를 너끈히 넘어섰다.

 하지만 김 감독의 복귀 소식은 없었다. 그 사이 '끝까지 간다'(2014). '터널'(2016) 등 히트작을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지만, 동명이인이었다.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 배우보다 감독이 입는 타격이 더 큰 것은 자명한 일. 김 감독이 돌아오는 데는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다.

 다시 2년이 더 흘러 올 1월이 되자 마침내 김 감독이 돌아왔다. 현빈, 유해진의 손을 잡고서였다. 바로 '공조'다.

 1월18일 함께 개봉한 맞상대가 만만찮았다. 정우성, 조인성이라는 강적이 포진한 '더 킹'이었던 것. 연출자도 2013년 '관상'으로 약 914만 명을 끈 한재림 감독이었다.

 '공조'는 초반에는 우려했던 것처럼 '더 킹'에 밀려 2위에 그쳤다. 그러나 2주차에 상황이 돌변했다. 설 연휴 직전인 1월26일을 기점으로 '더 킹'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르더니 연휴 내내 승승장구하고 2월8일까지 1위를 고수했다. 이후에도 상위권을 지켰다. 최종 스코어는 약 782만 명. '마이 리틀 히어로'의 41배가 넘는 성적이다.

 '공조'가 화려하게 퇴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지난달 김래원의 신작이 개봉했다. 한석규와 화려한 연기 대결을 펼친 ‘프리즌’(감독 나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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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한 장면. 주연배우 김래원(오른쪽)과 지대한.
 마치 매운 요리처럼 먹는 동안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절대로 숟가락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맛있고,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그러나 3~4월 극장가 비수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한계가 우려됐다. 특히 '낭만 사부' 한석규가 있지만, 전작의 파트너 이민호만큼 팬덤을 가진 것은 아니어서 200만 명을 넘기기는 다소 벅차 보였다.

 기우였다. '프리즌'은 200만 명을 이미 거뜬히 넘기고, 17일까지 약 287만 명을 달성하며 롱런 중이다. '공조', '더 킹'(약 532만 명)에 이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작 3위에 올랐다.

 이른바 착한 영화 중 그간 제대로 흥행한 것은 2013년 1월 1000만 관객을 모은 '7번방의 선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어쩌면 '7번방의 선물'의 대박도 연출자 이환경 감독과 제작자 김민기 화인웍스 대표가 앞서 숱한 착한 영화로 쌓은 공덕을 오랜 기다림 끝에 복으로 되돌려받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착한 영화로 참담한 패배를 겪어도 언젠가는 그 진심을 알아보고 하늘이 복을 내린다는 진리를 김 감독과 김래원이 오랜만에 다시 증명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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