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프로·아마 최강자 가리는 FA컵 스토리

등록 2017-04-24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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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전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에서 서울이 2:0으로 승리, 양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축구는 전쟁이다. 11명의 전사들이 90분이라는 시간동안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영원한 강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그만큼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축구다.

 지난 4월19일 전국 16개 경기장에서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전이 열렸다. 이중 16개 팀이 승리를 거머쥐며 챔피언 등극을 위한 도전을 이어갔다.

 프로와 아마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FA컵은 1996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21번째 대회를 맞았다. 그동안 많은 팀들이 우승트로피를 들었고 이변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3년 만에 만난 FC서울과 안양

 FA컵 32강전의 최고의 관심 경기는 K리그 클래식 FC서울와 챌린지(2부리그) FC안양의 경기였다. 두 팀은 안양이라는 매개체로 얽혀있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자.

 먼저 안양에 뿌리는 내린 팀은 FC서울이다. 안양 LG 치타스라는 이름을 달고 2003년까지 K리그 무대를 누비던 FC서울은 2004년 초 기습적으로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감행했다.

 누구보다 충성도가 높았던 안양 팬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삭발, 항의, LG제품 불매운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전만큼은 막아보려 했지만 안양 LG 치타스의 서울행을 막지는 못했다.

 응원팀을 떠나보낸 안양의 노력은 2012년 결실을 맺었다. 안양시의회는 그해 10월 시민구단인 FC안양을 탄생시켰다. 이후 5년여 만에 기다리던 FC서울을 만나게 됐다. 안양LG가 안양을 떠난 지 13년 만에 이뤄진 대결이다.

 FA컵에서 상위 리그팀을 넘겠다는 단순함을 넘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눌러야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안양팬들은 응원석에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라는 의미의 홍득발자(紅得發紫)라는 응원 걸개를 내걸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 옆에는 ‘안양은 죽지 않는다!’는 결의에 찬 문구도 그라운드를 향했다.

 FC서울을 향한 분노 탓인지 국내 축구장에서 흔하지 않은 홍염 응원까지 선보였다. 킥오프 직전 서포터들은 수십 개의 붉은색 홍염을 동시 다발적으로 터뜨렸다.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는 홍염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벌금 징계가 유력하지만 안양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90분 내내 쉴 틈 없는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하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13년 만의 대결에서 실력 차이를 절감하고 영패를 면치 못한 선수들과 안양 팬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묘미? 약팀이 강팀 잡기도

 FA컵은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 강팀을 잡는 이변을 연출하곤 한다. 이는 토너먼트라는 특성도 한 몫 한다. 축구는 경기 내내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고 이를 잘 활용한 팀이 이득을 보기도 한다.

 부천이 그렇다. 챌린지 소속 부천은 클래식 최강팀 전북을 꺾고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처음이 아니다. 부천은 지난해 FA컵 8강전에서도 전북과 만났다.

 당시 부천은 전북 원정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K리그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던 전북 입장으로써는 꽤나 충격적인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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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전 FC서울과 FC안양의 경기, 안양 서포터즈가 섬광탄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7.04.19.  [email protected]
 전북은 지난해 패배를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 이번 32강전에서 베스트멤버를 가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부천의 손을 들어줬다.

 부천은 전북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챙긴 부천은 2년 연속으로 K리그 최강 전북을 꺾으며 '전북 킬러'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밖에 2001년에는 K리그 최하위 팀 대전 시티즌은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순수 아마추어 클럽 재능교육은 2004년 대회에서 ‘대학강호’ 건국대를 1-0으로 꺾고 16강을 이뤄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순수 축구동호인 클럽의 FA컵 16강 진출은 생활체육팀의 출전이 허용된 2001년 이래 처음이다.

 또 2005년에는 내셔널리그 소속 울산현대미포조선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FA컵은 많은 이변을 만들어내며 축구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FA컵은 어떤 대회인가?

 FA컵의 의미는 축구의 종주국 영국의 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프로·아마추어 축구팀들이 참가하는 국내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의 고유 명칭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유 이름으로 FA컵 대회를 대신한다. 스페인 ‘코파 델 레이’, 이탈리아 ‘코파 이탈리아’, 독일 ‘DFB-포칼컵’, 프랑스 ‘쿠프 드 프랑스’ 등이다.

 반면 한국은 영국의 FA컵 명칭을 그대로 모방해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축구협회 스스로 대회 자체의 인지도를 묻어버리는 자충수가 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FA컵’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잉글랜드 FA컵이 검색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FA컵 20주년인 2015년 FA컵의 명칭과 로고 등을 변경할 계획이었지만 흐지부지되면서 현재의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FA컵은 전신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부터 열린 ‘전조선축구대회’와 해방 후 열린 ‘전국축구선수권대회’다. 1946년부터 시작된 전국축구선수권대회는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아마추어팀들만 참가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됐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국내 축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를 정식으로 창설하기로 하고, 1996년 제 1회 FA컵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초기에는 프로팀과 그해 각종 대회에서 우수 성적을 거둔 대학, 실업, 군팀에게 참가자격을 부여했다. 2003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직장, 동호인팀도 예선을 거쳐 참가 자격이 주어졌으며, 매년 점차 참가 범위를 확대했다.

 이로 인해 1996년 제1회 대회는 참가팀이 16개에 불과했으나, 20주년을 맞은 2016년에는 83팀으로 늘어났다.

 디비전 시스템에 따라 가장 낮은 단계의 아마추어팀들은 1라운드부터 참가하며, 최고 상위팀인 K리그 클래식(1부) 팀들은 32강전부터 참가한다. 2016년부터는 결승전에 한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최다 우승팀은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으로 4회씩 왕좌에 올랐다. 우승팀 상금은 1996년 1회 대회 때 3000만원에서 2017년 현재 3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FA컵 우승팀에게는 K리그 1~3위 팀들과 함께 다음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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