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그래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특별시민'

등록 2017-05-08 16: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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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여당(새자유당) 소속 2선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는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실은 어느 정치인보다 최고 권력을 지향하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이다.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국회의원 ‘심혁수’(곽도원)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삼고, 젊은 천재 광고 기획자 ‘박경’(심은경)을 새로 영입한 변종구는 차기 대권마저 꿈꾸며, 헌정 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하지만 야당(다함께미래당) 여성 정치인 '양진주'(라미란) 등 상대 후보들의 치열한 공세에다 잠재적인 차기 대권 경쟁자인 자당 대표(김홍파)의 방해도 모자라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까지 일어나며 탄탄대로로만 여겨지던 그의 3선행에 불안감이 엄습하는데..".

 지난달 26일 개봉해 28일까지 3일 만에 3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승승장구하는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의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의 줄거리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현실에서 직접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상 그럴 것처럼 여겨지는 정치인들의 숱한 권모술수가 등장한다.  

 주행 중이던 차량 여러 대가 매몰된 싱크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시민과 언론 앞에 등장하기 직전 머리카락을 헝클어진 것처럼 연출하고, 현장에서 식음을 전폐한 채 구조를 지휘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최고급 일식당 도시락을 갖다 먹는 변종구,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서 셔츠 앞섬을 일부러 풀어헤친 뒤 몸을 숙여 가슴골을 살짝 노출하는 양진주.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두 정치인의 이런 모습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시시각각 펼쳐지는 정치인들의 다른 모습에 비한다면 유치원생들의 재롱 수준이다.

 상대 정치인의 약점을 캐기 위해 도청이나 도촬을 불사하고, 영상과 사진을 실제와 180도 다르게 조작한다. 심지어 후보자 매수, 교통사고 증거 인멸, 마약 투약 혐의 조작 등 불법, 편법, 탈법의 단계를 훨씬 넘어서는 범죄까지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정경유착부터 권언유착까지 안 하는 나쁜 짓이 없다.

 영화는 13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내내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며 정치와 정치인을 혐오하게 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여겨지는 여당 정치인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당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정의를 부르짖는 야당 정치인은 물론, 가장 정의롭고 진실할 것으로 믿어지는 진보 진영 출신 무소속 후보들에 대해서도 실망하게 한다,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 등 신랄한 대사는 최민식, 곽도원, 라미란 등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을 통해 실제 정치인의 어록처럼 우리에게 전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처럼 현실 속 정치인들이 말하고 행동하며 사고한다면 우리가 나라를 지키겠다며, 세상을 바로 세우겠다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결국 '최선(最善)' 대신 '차선(次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最惡)'일지도 모르는 '차악(次惡)'을 돕는 일일 수밖에 없다.

 오는 5월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내년 6월13일 '2018 지방선거', 2020년 5월20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등 예정된 모든 선거가 결국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에 놀아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그러나 그것이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현행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4년 동안 우리가 그들에게 단 한 번 대접받는 날은, 우리가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임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은 그날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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