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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화병 부르는 사회'…취업·결혼에 스트레스·박탈감↑

등록 2017-05-04 09:30:00   최종수정 2017-05-16 09: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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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2017년 경찰공무원(순경) 1차 채용시험 원서접수 마감일인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아모르이그잼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경찰 공무원 준비생이 시험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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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867명→ 2016년 2859명 53%↑
 N포세대 男환자 387명→846명 2배 이상↑
 규칙적 생활습관·운동 스트레스 저항력 길러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 1.7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 김모(32)씨는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도 가끔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컴컴하고 좁은 고시원 방과 학원을 오가며 수험생활을 한 지도 벌써 7년째. 공무원 학원 간판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 매년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빠듯한 형편에도 학원비와 생활비를 대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2~3년만에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이나 대기업에 취직해 결혼한다는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열등감과 박탈감이 몰려온다. 김씨는 기약없고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면 우울해지고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2. 직원 10명 규모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과장 홍모(35)씨에게 황금연휴는 딴 세상 이야기다. 최장 11일에 달하는 징검다리 연휴에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지만 그것도 대기업과 공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어린이날 놀아주지도 않는 나쁜 아빠'라는 아이의 투정을 들을 때면 더욱 서러움이 폭발한다. 밤 9시가 넘는 야근은 일상이 된 지 오래지만 사장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올해에도 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일은 다 미루고 잔소리만 많이 하는 부장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성격이 소심한 홍씨는 화가 나는 상황에도 주로 참고 지나가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그러나 자꾸 참다 보니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도 자주 받는다.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병이 이른바 'N포세대'인 20~30대 청년층에서 급증하고 있다.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빈부격차, 경쟁사회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1년 1867명에서 2016년 2859명으로 6년새 53% 증가했다.

 특히 20~30대 남성 발병률은 387명에서 84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만성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 '화병'(火病)이라고 한다.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린듯한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과 무기력이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분노 폭발이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 무력감을 호소하고 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욕설,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청년층의 화병 주요 발병원인은 취업과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직장생활 등으로 인한 불안한 미래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경쟁 문화와 환경, 과도한 스트레스 탓등이 화병을 키운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20~30대 청년들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문제와 맞닿아 있다"면서 "젊은 환자들은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하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화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줄 수 있다.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환경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다. 증상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대화를 가지고 환경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명상 훈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초조하고 불안함을 안정시켜서 분노하는 나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화병을 극복하게 된다.

 김 교수는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게 분명히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등의 훈련이 중요하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대안을 가지고 분노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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