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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거장의 균형…'에이리언:커버넌트'

등록 2017-05-09 08:56:31   최종수정 2017-11-15 14: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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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커버넌트, 영화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리들리 스콧(80) 감독은 세계를 창조한 뒤 관객을 그 안으로 흡입해 던져놓는다. 과거 '블레이드 러너'(1982)와 '글래디에이터'(2000)가, 최근에는 '마션'(2015)이 그랬다. 그의 작품은 영화를 단순 상영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체험하게 한다. 1979년 내놓은 SF 영화 '에이리언'은 그런 영화적 경험의 정점에서 걸작이 됐다. 아름다우면서도 충격적인 비주얼과 예민한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 스콧 감독의 신작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에이리언'의 이런 장점을 계승한다.

 2104년('에이리언'의 배경은 2122년, 프리퀄 '프로메테우스'(2012)의 시점은 2093년), 웨이랜드사(社)의 우주선 커버넌트호는 인간이 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 어느 행성에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떠난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예정보다 일찍 동면에서 깨어난 선원들은 알 수 없는 소리 신호에 이끌려 원래 목적지가 아닌 곳에 착륙하고, 소리의 발생지를 찾아나섰다가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마주한다. 이 생명체에게 선원 일부가 희생된 커버넌트호 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도망가다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목숨을 구한다.

 전작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의 근원'이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산만해진 작품이라면,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앞선 두 작품의 장점을 고루 취하는 시도를 한다. 우주 여행 중 미지의 생명체를 맞닥뜨린다는 이 시리즈의 골격은 유지한 채 1979년의 장르적 재미(SF·호러·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한)와 2012년의 철학적 흥미를 버무려 균형을 잡았다. 여기에 흥행을 충분히 고려한 듯한 대중오락영화적 요소들(특히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 또한 첨가해 관객을 다양한 방향에서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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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커버넌트, 영화
스콧 감독의 연출 방향은 시리즈 골수팬뿐만 아니라 '에이리언'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세심하게 배치된 전작들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가 있고, 작품을 거듭할수록 '에이리언 세계관'이 점점 넓어져가는 양상이 마니아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음침하고 우울하면서도 화려한 '에이리언' 우주의 구현은 영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완성도를 더한다(물론 첫 번째 작품이 안겨준 충격은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번을 봐도 소름끼치는 에이리언의 모습 또한 만족스럽다.

 전작들을 봤을 때 즐길 거리가 더 많은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대중영화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 스콧 감독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관객을 영화 안으로 단번에 빨아들이는 영화적 마법을 선사한다. 할리우드 자본으로만 표현 가능한 우주 모습과 미래 기술을 시각화한 장면들 또한 관객의 눈을 잡아둘 만한 요소들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즐겨 쓰는 클리셰 가득한 액션과 '에이리언' 시리즈 특유의 사람 몸을 뚫고 나오는 에이리언 탄생 시퀀스는 각각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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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커버넌트, 영화
다만 '프로메테우스'부터 시작된 '인간 창조 논란'이 유의미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영화는 엔지니어(인간 창조주)·인간·에이리언·인공지능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전작부터 시종일관 거론하지만, 그 태도의 비장함에 비해 내용의 알맹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만큼은 아니지만 후속작을 위해 희생된 이야기의 빈 곳들은 '에이리언:커버넌트'라는 단일 작품의 완성도에 상처를 입힌다. 극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다소 갑작스러운 우주선 액션 장면은 허무맹랑한 느낌마저 준다.

 이런 단점들을 만회해주는 건 마이클 패스벤더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다. A.I인 '월터'와 '데이비드'를 1인2역한 패스벤더는 상반된 두 캐릭터를 미묘한 눈빛 차이와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일반적인 1인2역이 외모 차이를 바탕에 둔 것이라면 패스벤더의 그것은 외양이 같은 상태에서 온전히 성격 구분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 뛰어나다. '에이리언'에 시거니 위버가 있었다면, '에이리언:커버넌트'에는 패스벤더가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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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커버넌트,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떡밥(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일종의 복선)만 잔뜩 뿌려놓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완성된 영화로 볼 수 없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전작 두 편에서 관객이 가졌을 궁금증 중 많은 부분을 해소한다. 다만 여전히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있다. '에이리언은 왜 만들어졌는가', '에이리언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엔지니어는 왜 인간을 몰살하려 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은 후속작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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