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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등록 2017-05-14 06:00:00   최종수정 2017-05-16 09: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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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독일 검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등 경영진을 증오 내용 게시물을 방치한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뮌헨 지검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페이스북이 증오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 혐의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페이스북 경영진이 이 범죄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5월16일 아이패드에 팁제된 페이스북의 로고. 2016.11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가짜 뉴스’(fake news)가 창궐하는 시대다. 진짜 뉴스를 보고 있으면서도 혹시 가짜가 아닐까를 의심해야 할 정도로 가짜 뉴스는 우리 일상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 있다. 

 지난 해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큰 이슈로 대두됐고,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을 당선시킨 프랑스 대선에서도 가짜 뉴스가 문제가 됐다.  프랑스 검찰은 가짜 뉴스가 유권자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현재 수사중이다. 한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유승민 딸 성추행 사건이 문재인 지지자 소행이라거나, 문재인 암살설이 그 지지자들의 자작극이라는 등 가짜 뉴스로 대선 기간 내내 몸살을 앓았다.

 오는 9월에 있을 독일 전국선거를 앞두고서도 가짜 뉴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뉴스 생산의 주체인 미디어 뿐만 아니라, 뉴스를 제공받는 독자, 그리고 가짜 뉴스 확산 통로인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장 고민이 깊은 곳은 전 세계에서 사용자가 20억명을 육박하는 페이스북이다. 독일 베를린 시내에는 ‘코렉티브’(Correctiv)라는 비영리 미디어 회사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들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가짜 뉴스로부터 페이스북을 구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독일 언론 풍케 메디고르프 출신 전직 언론인 데이비드 슈라벤은 코렉티브의 소유주이자 편집장이다. 그는 원래 네오 나치주의와 지하 테러단체들에 대해서 조사하는 게 본업이지만, 최근에는 기술이나 소셜네트워크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페이스북이나 그것과 관련된 미디어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가짜 뉴스”의 상당한 영향력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잘못된 뉴스를 보도하고 확산시키는 “방해가 될 수 있는 세력들(disruptive forces)”이 9월에 있을 독일 전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선거에서 4연임에 도전한다.

 슈라벤은 난민들이 독일 여성을 성폭행하고 그 여성을 자동차 창문 밖으로 던졌다는 뉴스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레이프-퓨지스(Rape-fugees)'라는 웹사이트에서 처음 생산됐고, 최근에는 많은 독일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메르켈 총리의 친(親) 난민정책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시리아 등에서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독일에 정착한 상황에서 이 사건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독일인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슈라벤은 “(그 사건이 알려진 후) 사람들은 난민들을 쫓아내고 나라를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나는 그 같은 뉴스들로 인해 이 도시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가짜 뉴스는 독일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라벤이 팩트 체크를 해 본 결과 성폭행 난민 사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확인한 새로운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사용자들에게 가짜 뉴스에 대해 조심할 것을 경고했다.

 코렉티브의 사실 확인 작업은 지난해 페이스북을 뒤흔들었던 일련의 논란 뒤에 나온 대응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또 “필터 버블(filter bubbles)"을 만들어 다른 생각들로부터 유권자들을 고립시킨다는 지적도 쇄도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추천하거나, 공유하는 뉴스나 의견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실리콘밸리 데이터 과학자들 사이에선 지난해 초부터 이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비디오 플랫폼은 미 오하이오주에서 한 남성이 살인장면을 생중계 하는 소름끼치는 사건이 생생하게 올라오면서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대중들의 격렬한 반응은 페이스북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의문을 던진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지난 13년간 20억명으로 사용자가 늘어난 데다, 디지털 광고시장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이제는 페이스북의 성격과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각종 게시물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매우 제한적인 “중립 기술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의 유일한 사회적 책무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 대선 전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가 “터무니 없는 먼지 구름을 만들고 있다(dust cloud of nonsence)"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정치적 영향력을 폄하하면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는데도 저커버그는 “정말로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결국 가짜 뉴스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실리콘밸리 페이스북 본사 내에서부터 저커버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그제서야 그는 페이스북의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코렉티브와 같은 사실 확인 작업을 하는 미디어와 제휴해서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월 5700자로 씌여진 편지를 통해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전에는 결코 그런 적이 없었던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세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면서 가짜 뉴스에 맞서는 페이스북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페이스북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단순한 사실을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미디어 조직이라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의 뉴스 전파자인 페이스북이 편집 기준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필립 하워드 교수는 “오랫동안 그들은 미디어 조직으로 불리는 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왜냐하면 미디어 조직이 규제될 수 있고,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얼마간의 편집 역할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럽 정치인들과 규제 당국들은 페이스북의 운영 방식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안드루스 안시프 EU 집행위원회 디지털단일시장 담당 부위원장은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더 큰 책임을 지지 않으면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월 FT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나도 특히 미 대선 이후 가짜 뉴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나는 정말로 자기 규제 조치를 믿지만, 만약 어떤 종류의 대책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편집장을 고용하거나 전통적인 뉴스 조직과 같은 체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단계의 조치들을 취하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 대신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고 플랫폼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의 진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코렉티브와 같은 미디어 조직에 외주를 주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책임자인 애덤 모세리는 지난 4월 FT와의 인터뷰에서 “상업적 관계라는 것은 매우 개방돼 있는 것을 말한다”면서 “개별 조직들에 의존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책임감 있게 참여하고 싶고 만약 그것이 재정적 합의를 의미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미 대선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난 뒤 페이스북은 뉴스와 관련해 더 많은 책임을 지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스노프스(Snopes)’나 ‘폴리티팩트(Politifact)’와 같은 미국의 팩트 확인 업체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으로 확대됐다. 

 슈라벤도 지난 3월부터 독일에서 페이스북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코렉티브 시스템은 우선 사용자들과 함께 잘못된 이야기들을 찾아나선다. 특정 이야기가 잘못된 것으로 일단 지정되면 코렉티브가 확인할 목록이 나타난다. 각 이야기들은 페이스북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또 얼마나 많은 활동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댓글들이 달리고, 얼마나 많이 공유되거나 '좋아요'가 눌러지는 등도 중요하다. 그런 다음 거짓인 경우 대체 기사 또는 사실 버전의 기사로 연결시켜 준다. 

 슈라벤은 “당신은 여전히 두가지 버전의 기사를 볼 수 있지만 그것을 공유하고자 할 때,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실 확인을 통해 신뢰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저커버그의 편지에도 나오듯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에 의한 잠재적 반발이나 독일처럼 가짜 뉴스에 벌금을 부과하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의 효과’의 저자인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저커버그는 결코 멍청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그런 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콘텐츠를 감시하는 서비스를 포함할수록 사용자 또는 잠재적 광고주를 멀어지게 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하워드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그들이 미디어 회사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미국법에서 그들이 어떻게 대우 받는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그들이 미디어 회사로 간주되어 광고 배치에 돈을 받고 있다면 광고에서 진실을 책임져야 하는데다 다른 모든 미디어 회사와 마찬가지로 공익 광고에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 주식이 30% 나 상승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사회적 책임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상황도 투자심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보탈(Pivotal)의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비저는 “투자자들이 사회적 평론가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통해 하루 평균 50분을 소비한다. 페이스북은 광고가 사용자들에게 끊임없이 노출되도록 고안돼 있어 수익 창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커크패트릭은 “상업적 결과가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희생해야 하는지, 그것이 그(저커버그)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신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온라인 뉴스의 진실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1400만 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페이스북에서 가짜 뉴스를 발견하는 10가지 팁을 공개했고, 가짜 뉴스를 찾아내기 위해 3000명을 추가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조치에 대해 피상적이라고 비판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제이넵 투펙치 부교수는 “페이스북은 단지 화장을 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조직에 비용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페이스북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대책들이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는지에 의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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