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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7017 개장②]국내 최초 공중보행로…서울로에 숨겨진 비밀은?

등록 2017-05-17 08:03:40   최종수정 2017-05-30 08: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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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오는 20일 개장하는 '서울로7017'은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다. 1970년 준공된 차량용 서울역 고가도로가 2017년 17개 보행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1970년대에 만들어진 17m 높이 고가라는 뜻도 있다. 숫자를 뺀 '서울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사람 길' '서울로 향하는 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서울로7017의 상징문양은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얼굴이 연상되는 곡선형이다.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길을 나타내는 '로(ro)'의 영어 표기 'r'을 'l(엘)'로 대체해 2개의 소문자 'l'를 걷고 있는 사람의 발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문양의 기본색상은 초록색이다. 화분과 나무로 가득 차는 보행길의 모습을 초록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서울로7017의 인문사회학적 의미

 서울역 고가는 서울 근대화의 상징이자 1970~1980년대를 대표하는 명물이었다. 서울역 고가는 서울역 철로시설들로 단절된 도심과 남대문시장 일대, 그리고 서울역 서측 구역 일대를 잇는 연결로 기능을 오랫동안 해왔다.

 서울역 고가는 만리동·청파동·서계동 일대 소규모 봉제공장과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을 연결하는 역할도 해왔다. 이 때문에 서울역 고가는 1970~80년대 서울의 공장과 시장을 잇는 산업적 유산으로서의 의미도 적지 않다.

 그러던 서울역 고가는 1990년대 들어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흉물로 평가되며 명예가 실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부터 안전성 문제가 매년 제기됐고 서울시는 정기 진단을 통해 매년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그러다 2006년 12월 정밀안전진단 안전성평가에서 D등급이 나오면서 차량용 도로로서의 서울역 고가는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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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는 오는 20일 정식 개장하는 서울로 7017의 야경을 11일 사전공개했다.

 '서울로 7017'은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계수나무(퇴계로 인근)를 비롯해 228종 24,085주의 꽃·나무를 보면서 걸을 수 있다. 개장일인 20일 저녁부터 야간조명을 정식 가동한다. 2017.05.11. (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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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를 눈앞에 둔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중보행로로의 변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역 고가의 안전성 문제가 하중 때문이라면 자동차길에서 사람길로 바꿔도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서울로7017의 출발점이었다.

 박 시장은 서울의 관문이자 통일시대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인 서울역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고 남대문시장·명동·남산과 서울역 서쪽을 보행로로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을 전면철거형 개발중심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재생중심 도시로 전환시키겠다는 게 박 시장의 구상이었다.

 서울로7017은 이후 서울 4대문 안을 20분내 걸어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걷는 도시, 서울' 계획의 핵심축으로 떠올랐고 1년반 동안의 공사를 거쳐 20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숫자로 푼 서울로7017

 서울로7017은 이름에 걸맞게 회현역·남산육교·서울역광장·청파동·중림동을 연결하는 17개 접근로가 있다. 공중 연결 통로 2개, 엘리베이터 6개, 에스컬레이터 1개, 횡단보도 5개, 연결로 3개 등이다.

 17개 보행길로 연결되는 구역은 6개다. 퇴계로 주변(퇴계로·남대문시장·회현동·숭례문·한양도성), 한강대로 주변(대우재단·호텔마누·세종대로·지하철·버스환승센터), 서울역광장, 중림동 방향(중림동·서소문공원), 만리동 방향(만리재로·손기정공원), 청파동 램프(공항터미널·청파동) 등이 서울로7017을 통해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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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는 오는 20일 정식 개장하는 서울로 7017의 야경을 11일 사전공개했다.

 '서울로 7017'은 국내 최초의 공중보행로로 계수나무(퇴계로 인근)를 비롯해 228종 24,085주의 꽃·나무를 보면서 걸을 수 있다. 개장일인 20일 저녁부터 야간조명을 정식 가동한다. 사진은 안개분수 모습. 2017.05.11. (사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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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를 차량길로 사용한 기간은 1만6556일이다. 1970년 8월15일 완공해 2015년 12월13일 0시 차량 통제가 이뤄질 때까지 정확히 45년4개월, 총 1만6556일간 사용됐다. 오랜 추억을 뒤로 하고 서울로7017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 보행길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서울역 고가의 변신을 위해 투입한 노동력도 막대하다. 공사 첫삽을 뜬 2015년 12월13일부터 개장일인 5월20일까지 총 525일 동안 연인원 4만2827명이 투입된다.

 서울로7017은 살아 있는 녹색 보행길을 지향하며 수많은 식물을 키운다. 66가지 형태 원형 화분 645개에 228종 2만4085주에 달하는 꽃과 나무를 심었다. 원형 화분중 가장 큰 것(지름 4.8m, 둘레 15m)은 어린이 12명이 두팔을 벌려 껴안아야 할 정도로 규모가 있다.

 수많은 화분들은 '공중 수목원'으로서의 서울로7017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서울로7017 설계자인 비니 마스(Winy Maas)는 서울에서 생육 가능한 모든 종류의 식물을 심어 주변지역 녹화사업의 근거이자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비니 마스의 이같은 구상은 서울로7017을 도심 곳곳을 연결하는 나뭇가지처럼 만들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나아가 그는 서울역광장과 버스환승구역, 서울역 뒤 대형마트까지 공중 보행로로 연결했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로7017 야경에 숨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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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보행길 '서울로 7017'에서 공사관계자들이 나무심기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 93%로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서울로 7017은 다음달 20일 개장한다.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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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7017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 '반달' 노랫말에 등장하는 '푸른하늘 은하수'와 '계수나무 한나무'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수나무(퇴계로 인근) 등 꽃·나무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살아있는 식물도감이 해가 지고 나면 별이 쏟아지는 은하수로 변신해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밤이 되면 서울로7017은 111개 통합폴(조명·태양광·CCTV·비상벨·와이파이 등이 함께 설치된 가로등)에 설치된 총 555개 LED 조명등을 가동한다. 청색 조명은 바닥을 비춰 아름답게 펼쳐진 은하수를 연출하고 백색 조명은 나무를 비춰 반짝이는 별을 표현한다. 설계자인 비니 마스가 제안한 대로 '별이 쏟아지는 짙푸른 은하수'가 구현되는 것이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해가 진 뒤 서울로7017을 걸으면 짙푸른 바닥조명과 흔들리는 나뭇잎이 별처럼 반짝여 은하수를 걸어서 건너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서울로7017은 서울형 도시재생의 아이콘이자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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