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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강했다…극우 포퓰리즘 바람에 역습

등록 2017-05-21 0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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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AP/뉴시스】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19일(현지시간) 마르세유에서 프랑스 국기와 깃발을 흔들면서 환호하고 있다. 2017.04.2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유럽은 생각보다 강했다. 올해 유럽의 주요 선거에서 돌풍을 예고했던 극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세력은 잇달아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위기에 몰렸던 서구의 전통적 자유 민주주의 정당들은 각국 국민들의 지지 아래 다시 힘을 키우고 있다.

◇ 네덜란드·프랑스·독일서 역습

 첫 반격은 작년 12월 성공했다.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중도 좌파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극우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를 꺾고 당선되면서 '유럽 최초 극우 대통령 탄생'이라는 전대미문 사태를 막았다.

 올해 들어 '극우 대 자유 세계'의 본격적인 힘겨루가 시작됐다. 네덜란드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반 유럽, 반 이민' 공약을 내걸고 3월 총선에서 극우 정권 교체를 노렸다.

 결과는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VVD)의 승리였다.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투표율을 30년래 최고치인 81%로 끌어올리며 극우 정당 집권을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줬다.

 5월 프랑스 대선은 극우 포퓰리즘에 결정타가 됐다.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에서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상대로 득표율 66% 대 34%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에 브렉시트와 트럼프가 촉진한 국수주의 포퓰리즘 유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고무적 평가가 쏟아졌다. EU 지도부는 자유 진영의 연승으로 재통합 동력을 얻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월 총선이 예정된 독일에서도 긍정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SPD)은 올들어 진행된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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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AP/뉴시스】네덜란드 주요 정당 대표들이 5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일간 데 텔레그라프 본사에 모여 총선 특별판 기사를 위한 사진을 촬영 중이다. 2017.3.6.
 메르켈은 4연임 자신감을 한껏 높였다. 메르켈은 유로존 경기 침체, 난민 대량 유입 등 유럽 위기 해결에 앞정서며 EU 1인자 역할을 해 왔다. 그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자유 진영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 극우 집권 어떻게 막았나

 유럽의 유권자들은 극우 정당이 주장하는 급진 이슬람 테러, 대량 이민, 세계화의 폐해보다 유럽의 분열, 인종·문화 갈등 심화, 민주적 가치 훼손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이후 영국과 미국이 겪고 있는 후유증에도 주목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 방향을 놓고 EU와 의견 충돌을 빚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가 포퓰리즘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국론 분열은 물론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뤼테 총리나 마크롱 대통령은 'EU 안에서 더욱 강한 유럽'을 외치며 단합을 촉구했다. 집권 12년차인 메르켈의 경우 '믿고 맡겨도 좋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보였다. 영국과 달리 유럽 대륙 일부인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EU를 탈퇴한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유럽의 선거제도도 포퓰리즘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당제 혹은 결선투표제가 자리잡힌 덕분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이 극우 정당은 자연스럽게 주류에서 도태됐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의 경우 '찬성 대 반대', '후보 대 후보' 등 양자택일 구도로 선거가 진행됐고 어느쪽이든 일단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기만 하면 승리가 보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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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17.5.18.
 네덜란드와 독일은 다당제 연립정부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정당 간 협력이 긴요하다. 프랑스는 1차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2위 후보끼리 결선을 치르도록 해 유권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 끝나지 않은 포퓰리즘 바람

 극우 포퓰리즘 돌풍이 완전히 꺾였다고 방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들 세력이 집권에는 번번히 실패했지만 선거에 도전할 때마다 득표율이 쑥쑥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은 대선 한 달여 만에 실시될 6월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올라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르펜은 비록 낙선했지만 당은 1972년 창당 이래 가장 높은 대선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마크롱이 만에하나 실패에 봉착할 경우 프랑스에서 극우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프랑스에는 경기 침체 장기화, 연쇄 테러, 사회 양극화 등 극우 세력이 자라나기 딱 좋은 여건이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9월 총선에서 연방의회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AfD는 이달 독일 최대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의회 입성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AfD는 난민 포용을 주도하는 메르켈에 맞서 '반 이민, 반 EU' 공약을 펼쳐 왔다. 당내 실용파와 강경파 사이 대립이 문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10% 안팎의 전국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 정당이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자유당(FP)은 작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구가 중이다. 10월 조기 총선이 확정되면 이들이 다시 한 번 집권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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