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가 독인가? 술 마시는 사회②]술은 마시되 국산은 안 마신다?

등록 2017-05-30 14: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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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22만508t에 달한다. 지난 2015년 17만t보다 29% 급증한 규모다. 수입액도 1억8626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맥주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3~4% 수준에 불과했으나 국산 맥주와 과세표준의 차이로 생긴 여력을 활용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맛있다"는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최근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상승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마침내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50%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국산 맥주가 안 팔린다는 얘기다. 올해도 이런 경향은 멈추지 않아 1분기(1~3월) 국내 맥주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막걸리는 2000넌대 국내에서는 젊은 층에게 외면을 받으며 고사 위기에 몰렸다. 일본 술 사케가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고사 위기에 처했던 막걸리의 살길은 오히려 해외에서 열렸다. 2009~2010년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것. 덕분에 수출 물량의 90%가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후 현지에서 한류 열풍이 시들해진 데다 2012년 한일 관계마저 경색되면서 일본 내 막걸리 인기도 급락했다. 결국 2015년에는 수출량이 전성기 당시의 5분의 1 규모로 격감했다.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 주류업계가 반격을 꾀하고 있다.

 "스타 마케팅에 올인할 뿐 맥주의 기본인 맛을 높이는 데 정성을 쏟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비아냥을 듣던 국산 맥주는 600여 종으로 추산되는 수입 맥주에 맞서 상품 다변화를 꾀해 다양한 맛의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 욕구에 부응하고 혼술 트렌드 확산에 따라 증가하는 가정용 수요를 충족할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 1위 오비맥주가 대표적이다. 맥덕 취향을 겨냥해 지난해 10월 말 '호가든 유자'를 선보였으며, 후속작으로 지난 3월 '호가든 체리'를 출시했다. 밀 맥주 '오비 바이젠', 흑맥주 '오비 둔켈' 등도 그런 전략에 따른 상품이다.

 하이트 진로와 롯데주류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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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주류는 지난 24일 '피츠(Fitz) 수퍼 클리어'를 출시했다. '클라우드'를 내놓은 지 3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이다. 알코올 도수 4.5%의 라거 맥주로 롯데는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나눠 차지한 영업용 맥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를 지난달 내놓았다. 맛은 맥주와 비슷하지만 맥아 비율이 맥주보다 낮아 원가가 저렴한 '발포주'다.

 발포주는 1990년대 장기 불황기 일본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어도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 맥주 대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주종이다. 실제 필라이트는 캔(355㎖)당 출고가가 717원으로 같은 용량의 맥주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막걸리는 국내에서는 젊은 층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국순당은 지난 4월 출시한 바나나 맛 막걸리인 '쌀 바나나'로 '홈런'을 쳤다. 출시 두 달 만에 220만 병을 팔아치웠다. 최근에는 쌀 복숭아를 선보여 인기를 이어갈 태세다. 국순당은 쌀 바나나, 쌀 복숭아, 쌀 유자, 쌀 라임을 16개국에 수출해 막걸리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주종별 최고 상인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받은 프리미엄 막걸리다. 아스파탐 등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쌀 함량을 늘려 맛의 순수함과 퀄리티를 높였다. 젊은 층이 이에 호응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대 경영학과 이상학 교수는 "그간 국내 맥주 업계는 해외 여행·유학 등을 통해 외국 맥주를 맛본 소비자층의 다양한 입맛과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는 데 부족했다. 막걸리 업계는 한류 덕분에 급성장한 일본 시장만 믿고 안이하게 판단해 국내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세분 시장을 인식하고 시장별 목표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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