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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②]세금, 낼까 말까

등록 2017-05-30 05:50:00   최종수정 2017-05-30 08: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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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하는 등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를  단행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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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세금을 내는 게 좋을까요, 안 내는 게 좋을까요."

 뚱딴지같은 질문을 이따금 던지게 됩니다. 시답지 않은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내야 하는 게 세금'이라는 상식적인 답변이 선뜻 나오지 않는 요즘입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음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콧대 높은 은행 문을 두드릴 때. 언제 시행할지 모를 반값 등록금과 무상교육, 무상복지 등으로 '희망 고문'을 당할 때.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수천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 소식을 들었을 때. '의회 외교'라는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면서 배 째라는 국회의원을 볼 때. 하다못해 몇 달 째 불쑥 튀어나온 채 방치되고 있는 집 앞 보도블록을 볼 때도 대답을 주저합니다.

 최근 사정기관의 '돈 봉투 만찬' 파문 탓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특수활동비에 대한 질문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번 파문은 한 해 200억 원에 달하는 법무부 특수활동비에서 정부의 모든 기관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른바 돈 봉투 만찬 파문에 연루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사들입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파문이 커지자 후배 격려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정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이른바 '눈먼 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습니다.

 사정 기관 말마따나 의도가 순수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지만, 제아무리 순수한 의도라도 힘들게 일해 받는 월급에서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국민은 선뜻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저 허탈할 따름입니다. 이번 기회에 국민이 낸 세금을 함부로 쓰거나 용도 맞지 않게 쓰는 부적절한 관행을 분명하게 뜯어고치는 게 마땅합니다. 

 물론 아직 감찰 결과를 기다려야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돈의 출처와 성격입니다. 감찰 결과에 따라 검찰의 개혁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의 파문이 검찰 개혁의 시작과 방향, 강도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단 검찰 등 사정기 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동안 특수활동비 덕(?)을 누린 국회나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다른 정부 기관들도 특수활동비 운용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또 어물쩍 넘어갈 요량이라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닙니다.

 일각에선 범죄나 비밀수사, 대테러 첩보 수집 등에 쓰이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국회나 예산 전문가 등 최소한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용처를 공개하고,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또 비밀수사나 범죄나 대테러 첩보 수집 등과 관련 없는 국회나 총리실 등에 대해서는 특수활동비를 없애거나 필요하다면 그 예산을 업무추진비로 돌려 국민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추정컨대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체가 여전히 모호한 특수활동비에 대한 개혁이 시대 요구입니다. 세금을 내는 것과 뜯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세금이 이따위로 모호하게 쓰인다면, 들입다 낼 수 없지 않겠습니까. 어느 누가 증세를 반기겠습니까. 질문이 차고 넘치지만, 더 이상 잡념이 생기지 않도록 이쯤에서 각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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