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받은 슈틸리케, 카타르 원정에서 운명 결정된다

등록 2017-05-30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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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6월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경기 참가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2017.05.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재신임을 받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심판대 위에 선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6월14일(한국시간)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승점 17)에 이어 4승1무2패(승점 13)로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좋은 상황이 아니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쫓기고 있고 4위 시리아(승점 8)도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차예선까지 승승장구하며 찬사를 받았지만 실력이 비슷한 팀들이 즐비한 최종예선에서는 전술의 부재를 노출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에 여론은 악화됐고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위해선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믿고 기회를 주겠다”며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재도전의 기회를 얻은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카타르 원정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갓틸리케’에서 ‘수틀리케’로…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부터 대표팀을 지휘했다. 부임 이후 2015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월드컵 2차 예선을 무실점으로 통과하면서 한때 ‘갓(GOD)틸리케’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한 수 위의 팀들과 만난 최종예선 들어 이상 기류를 보였다. 내전 중인 시리아와의 원정 2차전 무득점 무승부를 시작으로 한 번의 유효슈팅도 날리지 못한 이란전 0-1 패배, 여기에 중국 창사에서 열렸던 중국전 패배는 ‘창사 참사’라는 딱지와 함께 결정적으로 여론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부임 초 뜨거운 지지를 등에 업고 지휘봉을 잡았던 슈틸리케는 어느새 ‘갓틸리케’에서 ‘수틀리케’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황이다. 그도 역시 비난 여론을 알고 있었다.

 슈틸리케는 지난 3월 시리아와 7차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만 62세이고, 감독 생활을 오래해 이런 부분들을 경험해봤다. 성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부진이 계속될 경우 거취 문제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후 시리아전에서 졸전 끝에 1-0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여론은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축구협회도 지난 4월3일 기술위원회를 개최하고 슈틸리케의 거취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재신임’이었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변화(해임)을 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는 패배는 곧 경질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 한국 축구는 비상사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해졌다. 우리 경기뿐만 아니라 A조에 속한 모든 팀들의 경기결과도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된다면 기술위도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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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시스】박주성 기자 =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이용수 위원장이 3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슈틸리케 감독 거취 관련 브리핑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이용수 위원장은 기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2017.04.03.  [email protected]
 한국은 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6월14일 카타르전을 시작으로 8월31일 이란과 홈 경기를 치르고 9월5일에는 우즈베키스탄(원정)과 최종전을 치른다.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직행 여부가 판가름 난다.

 ◇‘풍전등화’ 슈틸리케, 반전에 성공할까

 그동안 수석코치 없는 체제로 대표팀을 끌어온 슈틸리케는 계속되는 지적에 당시 A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던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이라는 타이틀로 코칭스태프에 앉혔다.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번에는 정해성 전 심판위원장을 수석코치로 데려왔다.

 정 코치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과 4강 위업 달성에 기여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허정무 감독을 보좌하며 16강 진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두리가 시리아전을 끝으로 슈틸리케를 떠났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맡는데 필수인 A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전력분석관이라는 직함이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차두리는 대표팀을 떠난 후 곧바로 독일로 날아가 유럽축구연맹(UEFA)-A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제 슈틸리케는 정해성 코치와 함께 앞으로 남은 3경기를 펼쳐야 한다. 슈틸리케는 그 동안 대표팀 선수를 뽑을 때 소속팀에서의 출전 여부를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지난 몇차례의 경기에서 자신이 내세웠던 원칙을 깨며 선수 선발을 했고 이는 비난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이번 카타르 원정 명단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거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청용(크리스탈 펠리스)과 박주호(도르트문트)를 선택했다.

 그의 대답은 ‘경험’이었다. 슈틸리케는 “두 선수의 발탁은 과거의 경험을 참고했다. 최근 중국과 시리아전의 경기력을 봤을 때 일부 선수들이 중압감과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며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될지는 확인해야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팀의 중심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K리그 클래식에서 제주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황일수와 이창민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뽑긴 했지만 그간 행보를 봤을 때 과연 이들이 이번 카타르 원정에서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에 처한 슈틸리케 감독이 우려와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다시 ‘갓틸리케’라는 별명을 되찾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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