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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비정규직 문제' 정부와 정면 충돌 마다 안해 …배경은

등록 2017-05-29 14:26:18   최종수정 2017-06-07 08: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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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29일 대책회의서 정부 비정규직 정책에 비판적 입장 재확인에 파장 주목
 "정부 압박에 밀려 무분별하게 정규직 전환할 경우 기업 생존 장담 못해"
 정부압박에 후퇴 없음 천명 불구 '원론적 공감' 피력해 국면전환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한상연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해 기존대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나서 파장이 주목된다. 정부와 정면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총이 강수를 두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총은 29일 오전 김영배 상근부회장 주재로 주간 정례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사업계획 등을 논의하는 동시 최근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 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날 회의 직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기존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에 대해 입장 발표나 기자간담회 등 별도의 후속 조치 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측의 압박에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총이 비정규직 이슈와 관련 정부와 정면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초강수를 두고 나선 것이다. 

 경총이 기본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파장은 증폭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게 아니고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그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총이 '원론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최대 정책적 이슈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압박에 강한 거부감을 다시 확인한 것은 경영계와 새정부간 관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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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 로고
경총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부 압박에 밀려 무분별하고 일률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할 경우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아직 불황에 직면해있는 기업들 대다수가 평생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정규직을 대거 늘릴 경우 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 등으로 경영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은 것이다.

 이는 결국 시대의 화두인 일자리 창출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채용은 최소한의 가격경쟁력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자구책으로 보고 있다.

 경총은 따라서 정부가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 아니라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정규직 채용이 보다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임금 운용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즉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제를 철폐하고 직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로 개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고용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양측의 충돌은 대통령선거때부터 예측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대통령선거때부터 '비정규직 0' 목표를 강하게 피력해왔고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강하게 밀어부쳐온 것이다.  

 그러자 경총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 부회장이 지난 25일 열린 경총포럼에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측을 강력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측은 이에 즉각 반격에 나서며 논란이 증폭됐다.  

 문 대통령은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 한 축으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고, 국정기획위원회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가 경영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얘기는 지극히 편협한 발상"이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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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처우,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2017.05.22 (사진 =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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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에서 증폭되고 있는 양측간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큰 틀에서 경총의 주장과 정부의 국정기조가 맥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국면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즉 경총은 노사가 임금 상승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취약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총은 "우리 노동시장에는 여전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있으며, 근로조건이 열악한 근로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경총은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에는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할 문제가 많다"며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의견들에 대한 오해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을 토대로 경총은 내달로 예정돼 있던 비정규직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의 출간을 잠정 보류하기로 이날 회의에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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