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靑 조사로 드러난 국방부 '사드 꼼수'의 전말

등록 2017-06-05 20:21:43   최종수정 2017-06-07 21:20:2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을 마치고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7.06.05. [email protected]
대선 전 조기 배치에만 혈안
70만㎡ 사드부지 1·2차 분할 공여 계획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맞춘 치밀한 '꼼수'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청와대가 5일 국방부의 '사드 보고 누락'이 의도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폭로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공여된 32㎡의 사드 부지에 6기를 모두 배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사드 조기 배치를 시도했으나, 이같은 구상이 청와대의 제동으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미보고 조사 경과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설명할 부분이 있다"며 "국방부가 그동안 주한미군에 공여된 부지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지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사드 부지, 32만여㎡···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 공여부지가 32만여㎡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33㎡미만에 해당,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측에 공여된 부지는 약 32만여㎡고, 그 안에서 실제로 미국 측으로부터 저희가 설계 자료를 받았다"며 "설계자료를 받은 사업 면적은 그것보다 훨씬 적다. 약 10만㎡ 이하의 면적에서 사업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현재 사업면적이 약 10만㎡이하이기 때문에 저희는 관련 법령 및 규정을 준용해서 한다는 기본원칙을 갖고 있다"며 "관련 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대상은 아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 영향 평가에는 대상 부지의 용도·면적에 따라 ▲전략 환경영향평가 ▲일반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나뉜다. 국방부가 주한 미군에 공여한 사드 부지는 용도가 '국방·군사 시설의 설치'에 해당하고 면적은 33만㎡ 미만에 해당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게 국방부의 주장이다.

 ◇청와대 "실제로 70만㎡ 필요···국방부가 소규모 환경평가 받을 의도로 보고 회피"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국방부의 주장을 뒤집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방부는 지난해 11월25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전체 공여부지 70만㎡ 가운데 1단계 공여 부지 면적은 32만8779㎡로 제한하고, 2단계 37만㎡ 부지를 공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1단계 부지를 33만㎡ 미만으로 지정함으로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도록 계획한 것"이라고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 회피에 의도성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선정된 부지 32만8779㎡ 모양을 보면 거꾸로 된 U자형"이라며 "가운데 부분 부지 제외를 위해 기형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애초부터 주한미군에 공여할 사드부지 면적으로 70만여㎡를 확정짓고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는 게 청와대의 조사 결과다. 다만 국방부가 한꺼번에 70만여㎡를 공여할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없어 1·2차에 걸쳐 나눠서 공여하는 '살라미 전술'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1차로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는 32만여㎡를 공여했고, 2차로 나머지 37만여㎡를 공여한다는 것이다.

 앞서 사드 발사대 2기를 포함한 핵심 장비들이 지난 3월6일의 한국 전격 반입된 것과, 지난 4월26일 이뤄진 사드 부지로의 기습 반입 등이 모두 계획된 한미의 시나리오 대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는 전개하지 못하고 경북 칠곡 왜관의 주한미군 기지 캠프 캐롤에 보관 중인 것도 모두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꼼수'의 일환이라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국방부는 이같은 계획에 따라 사드 발사대 2기가 사전에 배치된 1차 공여 부지(32만여㎡)를 대상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이후 주한미군에 사드부지 2차 공여(37만여㎡)를 마친 뒤 나머지 발사대 4기를 완전 배치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었다는 게 이번 청와대 조사로 드러났다.

 ◇국방부의 주장, '물리적 모순'있다는 지적도

 청와대의 폭로 이전에도 사드 발사대 6기 등의 배치에 32만여㎡만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 발사대는 X-밴드 레이더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한다. 미사일 발사 시 충해격 등을 고려 발사대와 발사대는 최소 500m 간격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발사대 전개 면적만 최소 15만㎡가 필요하다.

 추가로 교전 통제소, 레이더, 냉각기, 등 장비 전개에 필요한 나머지 면적도 필요한 데다, 포대를 운용할 병력이 머물 숙소 부지도 설치돼야 한다. 6개 포대에만 최소 200여명씩, 총 1200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1개 포대 운영에는 기본 100여명의 병력이 필요한데, 임무 교대를 위한 인수인계 과정을 고려하면 100명의 두 배 규모인 200여명은 돼야하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사드 꼼수' 의도

 지난 2월초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 때 한·미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를 4~5월 안으로 마무리짓자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변적인 한국의 정치상황을 감안해 우선 사드 장비부터 전개하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매티스 장관 방한 후 지지부진하던 사드 배치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한미는 대선 14일 전인 4월26일 사드 발사대 2기를 포함한 핵심장비를 경북 성주의 사드부지 안으로 기습 반입한 뒤 정상 운용에 들어갔다. 부산을 통해 추가로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는 다시 경북 칠곡 왜관의 미군기지인 캠프캐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연말 배치 완료를 목표로 했다가 조기 대선국면이 발생하자 한미 국방장관은 배치합의를 되돌릴 수 없도록 대선 전에 배치를 완료한다는 '알박기 합의'를 시도해 비판을 받았다.

 국방부는 사드배치가 정치일정과는 무관하다며 합의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일련의 상황들은 정무적인 판단을 제외하고서는 설명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청와대 조사를 통해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서두르기 위해 기간이 오래 걸리는 전력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는 방법으로 32여㎡를 우선 미측에 공여하기로 한 점이 발견됐다. 4계절의 환경 특성을 평가해야 하고, 주민공청회 과정 등을 모두 밟아야 한다. 현 시점으로부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경우, 2018년 상반기 정도로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이 미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당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전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 짓기 위해 1차 공여 부지 32여㎡를 대상으로, 6개월 이내로 마칠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2차 공여(37만여㎡)를 추후에 한 뒤,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를 배치하려는 계획이었다는 분석이다.

 ◇靑의 폭로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계획 무산될 듯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적 관심사인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절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라 말했다"며 "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추가 경위를 파악하라 했다"고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강조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와 군은 군 통수권자이신 대통령의 통수 지침을 확실하게 구현할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더 높이라는 지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그런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현재 국방부가 진행중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중단한 뒤, 원점에서 평가를 다시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한 장관이 수용한다고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이 국방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온 만큼 국방부 입장에서도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기존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나 일반 환경영향평가만을 실시해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국방부가 추후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면 국방부는 용역업체부터 다시 선정해야 하고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국방부가 사드를 조기에 배치하려던 계획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