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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뭐 해드릴까?"의 위안···'심야식당2'

등록 2017-06-08 09:26:10   최종수정 2017-11-15 14: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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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009년부터 TV드라마로 네 개 시즌이 나왔고, 2015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번에 개봉하는 작품은 여섯 번째 '심야식당'(감독 마츠오카 조지)이다. 많은 시리즈물이 시간이 지나 반복될수록 초심을 잃고 변질됐지만, '심야식당'은 그대로다. 코바야시 카오루와 오다기리 죠가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고, 메뉴판에 쓰인 음식은 돼지고기된장국정식(돈지루)으로 똑같다. 요리라고 부르기엔 소소한 음식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도 함께 그곳을 흘러간다.

 '심야식당2'도 그렇다. 상복(服喪) 입기를 즐기는 여자, 메밀국수집을 하며 철없는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 도쿄에 사는 아들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거액의 돈을 잃은 여자의 이야기. 영화가 되기에는 굴곡이 부족한 필부필부의 드라마가 이어진다. 그들이 즐기는 음식들도 불고기·야끼우동·된장국처럼 결코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신 그곳에는 사람이 있다. 이 허름한 식당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유는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고, 충고나 조언을 하기보다는 조용히 따뜻한 음식으로 위로를 보내는 사람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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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코'가 상복을 입는 이유는 주변의 시선을 끌어 자꾸만 떨어지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상황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며 메밀국수집을 꾸려온 '세이코'가 다 큰 아들을 어리게만 보고 품에 두려는 건 어느 집에나 있는 이야기다. 끝내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로 삶을 산 '유키코'처럼 아픔 없는 인생 또한 없다. 내가 겪은, 내가 겪고 있는, 내가 겪을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있기에 관객은 '심야식당'을 본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공감, 삶은 모두 드라마이니까, 아무 것도 아닌 삶은 없다.

 '심야식당2'는 독립된 에피소드 세 꼭지를 묶은 작품이어서 언뜻 드라마와 비교할 때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분명 한 편의 영화다. 아마도 이번 작품을 짧게 요약하면 '이별한 여자들' 정도가 될 것이다.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의 삶이 세 편의 이야기를 꿰뚫는다. 겉으로는 각기 다른 이야기이기는 해도 속안에서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할 수 있다면, 이건 결국 한 편의 영화로 가치가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작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뜨거워진 분위기가 감지되나 그것도 나쁘지 않다(전작 또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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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해드릴까?"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가 손님들에게 묻는다. 이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반대로 기분 좋은 일 있는 것인지 묻는 것일지 모른다.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하고, 괜찮다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는 위로이기도 하다. 속마음을 털어놔도 좋고 조용히 먹고 나가도 된다. 그들은 마스터가 만든 음식에 담긴 의미를 알고,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마스터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안다. 다 먹을 때쯤 마스터가 묻는다. "뭐 더 해줄까?" '심야식당'의 음식은 요리가 아니라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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